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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시대 上]미·러, 돈줄과 천연가스의 필살기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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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리즈-2014 신냉전은 경제大전쟁
우크라이나 등 뒤엔 미러 자존심 건 패권결투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1년째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부터 신(新)화약고로 변한 가자지구, 시리아와 이라크의 내전 격화, 수니파 이슬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의 부상에 이르기까지 냉전 종식 이후 세계가 올해만큼 몸살을 앓은 적도 없는 듯하다.
각종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데는 '국제 문제 해결사'였던 미국의 파워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제의 환자로 전락한 유럽의 존재감은 적어졌다. 떠오르는 별인 신흥국의 성장엔진은 약발이 다한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냉전시대의 향수병에 걸린 러시아의 도전은 더 거세지고 있다. 서방이라는 '공공의 적'을 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 달콤하다.

이와 관련해 자유주의의 승리를 선언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역사의 종언' 담론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는 진단에서부터 새로운 냉전이 시작됐다는 분석까지 해석은 다양하다. 흔들리는 국제질서의 현 주소와 도전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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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세계화' 확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역습이 시작됐다."

위기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최근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천 기고문에서 "신냉전 시대가 막을 올렸다"고 진단하면서 이처럼 밝혔다.

브레머 회장은 2011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G제로' 이론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G제로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리더십이 사라진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무극화 시대'가 국제 질서의 혼란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좋아지고 다른 나라들의 역할이 확대되면 '슈퍼파워'의 부재 속에서도 힘의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 상황이 된다.

문제는 최근의 세계 질서가 미·중 관계 악화, 러시아의 도발, 유럽의 위상 약화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냉전의 서막을 알리는 배경이다.

◆신냉전은 '경제전쟁'=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자국의 무기 제조업체 캠링이 지난 4년 동안 홍콩 정부에 최루탄을 공급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일부가 지난 9월 하순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시위 진압에 사용됐다.

보도가 나간 뒤 영국에서 캠링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캠링은 결국 홍콩에 대한 판매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출허가를 내준 홍콩 정부도 앞으로 홍콩에 대한 무기 수출권은 사안별로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천은 해프닝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이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신냉전의 그림자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냉전 시대의 핵심은 경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동안 이어진 냉전 시대의 키워드인 이념대립이나 핵무기 같은 의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대신 산업 전반과 기업 활동 곳곳에 신냉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는 각국의 거시경제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올해는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이 되는 해다. 그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발전을 위해 서방이라는 적과 기꺼이 동침해왔다. 이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는 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양국은 서방에 대해 "할 말은 해야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을 매개로 중ㆍ러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루비콘 강' 건넌 미·러= 신냉전의 서막을 연 것은 '왕년의 슈퍼파워' 러시아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1여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회복이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진단했다. 이것이 바로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사태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6년 전 러시아는 자국민 보호 운운하며 조지아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과정과 당시 상황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조지아 사태로 맞섰던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이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등 크고 작은 협력을 통해 회복될 수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으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 대통령이 축출됐을 때나 시리아 내전 때나 사사건건 대립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희망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산산조각 났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에 따른 맞불 제재로 미국과 러시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포린어페어스의 분석이다.

▲러시아 자본이탈 규모

▲러시아 자본이탈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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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힘이 과거 냉전 시대에 비해 크게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신냉전에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경제 규모는 러시아의 8배가 넘는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러시아의 7배에 이른다. 미국에 비해 러시아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가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여기에 유럽과 중국이 가세해 편 가르기하는 현 상황은 충분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국가 간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대결 구도의 재현은 해당국들의 경제적 피해가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경제 제재가 미국·유럽 기업들에 대한 역제재로 돌아오는 게 이를 잘 말해준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는 테러리즘, 기후변화, 사이버전쟁, 에볼라 같은 각종 국제 문제와 씨름 중인 미국·유럽의 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깊어지는 경제위기, 아랑곳 않는 러시아= 역설적이게도 신냉전 시대의 가장 큰 경제적 피해국은 신냉전에 총대를 멘 러시아다.

2010년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금융위기 극복 및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유럽과 협력하는 게 필수"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3차에 걸친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재제와 러시아의 역제재로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지난 3월 이래 1000억달러(약 105조3500억원)의 해외 자금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급격한 자금이탈로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20% 급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환율 방어에 200억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만 줄었을 뿐 루블 폭락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러시아 채권 발행 규모

▲러시아 채권 발행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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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최하위인 'BBB-'로 부여했다. 피치와 무디스가 러시아에 매긴 등급은 각각 'BBB'와 'Baa2'로 투자등급 중 두 번째로 낮다.

올해 초 러시아 정부가 수립한 재정지출 계획은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일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 유가는 최근 80달러선마저 위협 받고 있다. 러시아의 핵심 무기인 천연가스 가격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 컬럼비아 대학의 제이슨 보르도프 에너지정책연구소장은 "현 추세대로라면 오는 2016년 초까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업체 가즈프롬의 매출이 20%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위기에도 러시아는 대결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세르비아 신문 폴리티카와 가진 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연설에서 러시아를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에볼라 바이러스와 함께 국제사회의 위협 가운데 하나로 표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협박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적대행위가 이어지는 한 우크라이나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제국 건설이라는 꿈을 향해 오늘도 달리고 있다. 그는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창설 비준안에 최근 서명했다. 카자흐스탄·벨라루스·아르메니아도 여기에 서명할 예정이다.

EEU가 국제사회에서 공식 국가연합체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러시아가 옛 소련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경우 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이란·아제르바이잔·투르크메니스탄 같은 카스피해(海) 국가들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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