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앞둔 유한준(33·넥센). 배트는 뜨겁다. LG와 플레이오프 네 경기에서 타율 0.235(17타수 4안타) 2홈런 2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고비마다 홈런을 쳐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깜짝 활약은 아니다. 정규리그에서도 122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6(128안타) 20홈런 91타점 71득점을 남겼다. 어느덧 주전을 넘어 팀 타선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입지는 불안했다. 넥센의 외야는 여느 팀보다 탄탄하다. 이택근, 비니 로티노, 문우람, 오윤, 이성열, 박헌도 등은 어떤 팀에 가도 중용될 수 있다. 내야수 서동욱도 모든 외야 수비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신인 유격수 임병욱까지 2군에서 중견수 수업을 받았다. 지난 두 시즌에서 부진했던 유한준이 충분히 위협을 느낄 만하다.
글쓴이는 또 다른 상승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유한준을 직접 만나 한 시즌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타격에 대한 수정이나 보완은 거의 없었어요. 허문회 타격코치의 권유로 시작한 멘탈 트레이닝이 효과를 본 것 같아요."
프로야구 넥센의 유한준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팀이 5-1로 앞선 8회초 1사 뒤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트렸다.[사진=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그는 과거 아쉬운 타구나 잘못된 판정에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경향이 심했다. 야구인들이 흔히 말하는 '쫓기는 야구'를 했다. 실수를 그 자리에서 잊지 못하고 더그아웃이나 야구장 밖까지 가져가서 고민했다. 내성적인데다 성품마저 대쪽 같은 유한준이니 그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리그 간판급으로 우뚝 설 기량을 갖추고도 그동안 2군으로 적잖게 내려간 이유다.
한동안 야구계에는 유한준이 시즌 뒤 KT에 넘겨야 하는 보호선수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심리적 불안의 늪에서 빠져나온 이상 그런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유한준은 글쓴이가 생각하는 현 리그 최고 외야수 가운데 하나다. 특히 수비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낸다. 강한 어깨에 정확성까지 갖춰 어떤 주자도 쉽게 움직일 수 없다. 주루 센스는 덤. 박병호와 강정호도 중요하지만 공수에 걸친 그의 활약 여부에 넥센의 종착지는 달라질 것이다.
마해영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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