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영 (서울현대전문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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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 주었다. 개막식 때는 앞서 있었던 비장애인 아시안게임과 비교해 볼 때 유명인보다는 장애인선수 당사자를 앞세우고 그들을 중심에 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발은 꽤 괜찮았던 모양새다. 개막식에 참여했던 관중들은 잠시나마 장애인스포츠에 따뜻한 눈길을 보낸 것 이다. 최소한 유명인사 도그마에 빠져 선수 당사자들의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았던 시작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 스포츠를 보는 시각, 아니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여실히 드러난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지난 21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6만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관중석에 100명 남짓한 관중들만 스산하게 앉아서 메아리 없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장애인 육상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중이었다. 100미터를 뛰는 한 중증장애인은 우리 눈에는 거의 걷다시피 하여 결승점에 도달하였다. 시간에 관계없이 완주하는 모습을 본 그 관중들은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였다. 그들은 그 순간 자기성취를 달성해낸 한 인간의 노력과 강한 의지를 확인하며 그에 대한 한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후에 들으니 그들은 일반 관객이 아닌 주로 대회관계자와 선수들의 가족 및 친인척들이었다 한다. 일반 관중은 거의 전무했던 것이다.

미디어의 관심도 비슷했다. 사실 직전에 있었던 비장애인 아시안게임은 미디어의 노출은 많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와 같이 대 국민 관심도가 높지 않았을 뿐 이었다. 이번 장애인 아시안게임에는 공영방송을 제외하고는 일반 상업방송과 종편방송들은 거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어느 일간지의 경우 장애인경기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경기 장면이 아닌 황연대촌장의 상(황연대 극복상)을 받은 스웨덴의 데이비드 레가 예테보리 부시장을 조명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황연대촌장과 1996년 그의 상을 받은 데이비드 레가 부시장의 얘깃거리도 의미가 없진 않지만 그는 현재 선수가 아닌 개회전날 있었던 국제포럼에 초청된 인사이다. 그를 인터뷰하거나 조명하려면 그 포럼에 맞춰 했어야 한다. 경기 중에는 하나의 장면이라도 더 장애인 선수들이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미디어가 솔선수범하여 사회적 기능을 수행했어야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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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7개, 은메달 54개, 동메달 72개를 확보하여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2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순전히 동굴 속에서 독백하듯 관중과 미디어, 즉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고립된 그들만의 운동장에서 장애인 선수들이 스산하게 이뤄낸 성과이다. 여기에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대목이 있다. 장애를 신체의 훼손으로 여기지 않고 남아있는 가능성이 어떠한가를 찾아내며, 할 수 있는 일을 장애인과 함께 궁리하는 사회, 흔히 선진국이라 하는 그들이 누리는 기회를 우리는 스스로 버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중증장애인선수가 혼신을 다하여 남아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의 의미를 객석을 꽉 채운 관중들이 함께 느끼고 응원하는 그 공간의 의미를 우리는 무참히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과 인간의 노력에 대한 공감과 찬사를 느끼며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사회는 아직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이 주는 감동에 스스로 문을 닫고 자기를 폐쇄시킨 우리 사회가 이제는 빗장을 풀고 장애인들에게 다가가야 할 때이다.

정희영(서울현대전문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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