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전신탁 '묻지마 장사' 여전
금리 인하에 대체투자처로 각광
일부 영업점서 높은 수익률만 강조
수수료·신용도·위험도 등 세부 설명 안 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 "연 6% 수익률에 손실이 날 가능성이 극히 드뭅니다. 저희 동료들도 대부분 이 상품은 가입하고 있어요". 직장인 3년차 A씨는 최근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적금 대신 주가연계형 특정금전신탁(ELT)에 가입했다.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손실이 없는 상품을 소개해달라 요구했지만 영업점 직원은 '손실 날 일이 없다'며 주가연계형 특정금전신탁 가입을 지속적으로 권유했다. 여러 차례 설명을 들었지만 상품구조는 단박에 이해하기 어려웠고 상품설명서가 있다는 사실은 몇 차례의 서명이 끝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동양사태 이후 주춤하던 특정금전신탁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상품설명을 충실히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기예ㆍ적금 금리 인하에 따른 '대체 투자처'로 특정금전신탁 판매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놓은 '신탁업 영업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 57개 신탁회사의 특정금전신탁(퇴직연금신탁 제외) 수탁고는 193조원으로 6개월 사이 15조3000억원(8.6%) 늘었다. 특히 은행의 ELT, 증권사의 정기예금형 특정금전신탁은 6개월 전과 비교해 각각 30.5%(4조3000억원), 43.9%(11조2000억원) 증가해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부 영업점에서는 여전히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거나 높은 수익률만 강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동양사태 이후 정부가 문서형식이나 판매관행을 개선했음에도 저금리 기조를 기회 삼아 상품을 강권하는 영업 관행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한 김모씨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자신이 가입하는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영업점 직원이 형광펜으로 표시해주는 부분에 관행적으로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영업점에서 왜 서명을 했는지 자세히 알리지 않고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입 후에도 만기일 전후 전화, 문자메시지(SMS) 등을 통해 만기 도래 사실을 알려주고는 있지만 늦게 찾아갈수록 이자지급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본적인 금융상식조차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결국 동양사태 이후 특정금전신탁 가입 시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예금자보호법 가입 여부, 발행사의 신용도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미흡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입 당시 기대와 달리 큰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연 6% 수준의 수익률'로 300만원을 ELT에 투자해 6개월 후 조기 상환이 이뤄졌다면 신탁보수와 세금을 제하고 세후 3% 수준, 7만원 가량의 수익을 지급받는다. 영업점 직원이 강조하는 '최대 수익률'을 자신이 받게 될 수익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같은 사례들은 불완전판매로 보긴 어렵지만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점의 태도에 여전히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근 ELT 등 특정금전신탁 증가세가 뚜렷한 만큼 판매 시 금융사가 가입자에게 상품을 정확히 설명하도록 주의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금전신탁 상품은 투자방법과 대상을 투자자가 모두 선택하도록 돼있어 손실이 나면 투자자가 떠안아야 한다"며 "투자자 역시 기초적인 금융상식은 인지한 상태서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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