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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카카오 사태, 글로벌기업과 지역국가의 마찰

최종수정 2014.10.17 11:05 기사입력 2014.10.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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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11세기 유럽에서는 '카노사의 굴욕'이라는, 세계사에 길이 남은 대사건이 있었다. 당시 교황이었던 그레고리오 7세와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의 갈등이 낳은 사건이었다. 당시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글로벌 절대권력자 교황에게 반기를 들었던 하인리히 4세는 교황에 의해 파문당했다. 결국 하인리히 4세는 험준한 알프스산을 넘어 이탈리아 카노사 성을 찾아 3일 밤낮을 교황에게 빌어 용서를 받았다. 당시 교황에게 파문을 당하면 제후의 충성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기 때문에 파문은 왕에게 있어 실각과 같은 의미였다. 하인리히 4세가 한겨울 눈밭에 맨발로 서서 3일간 용서를 빌어야 했을 만했다.

이 카노사의 굴욕이 유명해진 것은 단지 하인리히 4세가 교황의 용서를 받았다는 데 있지 않다. 하인리히 4세는 교황의 용서를 받은 후 영지로 돌아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가신들을 처단하고 다시 제후들을 결집, 교황을 축출하는 복수극에 성공한다.

서구형 와신상담이라 부를 수 있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유럽을 지배하던 신권은 몰락하고 세속 국가의 지배력이 강화된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교황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세력이 패하고 국가로 상징되는 지역 세력이 다시 패권을 잡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로부터 10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글로벌 세력이 지역 세력과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의 글로벌 세력은 정보기술(IT)을 무기로 한 기업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말 그대로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구글의 월 방문자가 10억명, 페이스북의 사용자는 5억명이니 한국과 같은 지역 국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지 오래이고 그나마 제어할 수 있는 국가는 그들의 모국이자 패권국인 미국 정도이다.

카카오에 대한 사이버 검열 논란은 바로 이러한 글로벌 기업과 지역 국가의 마찰이 빚어낸 산물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카카오톡 다운로드 건수가 5억건을 넘었다고 하니 이 중 30%만을 진성 사용자라 해도 1억5000만명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미 카카오의 사업은 한국이라는 개별 국가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
이 점에서 카카오의 비즈니스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한국이라는 지역 정부의 직접적 통제를 받느냐 아니냐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이라는 지역 정부는 동일한 사안을 두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카카오 같은 강제를 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압수 수색 영장이나 감청 영장을 보인들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들이 응해줄 리 만무하다. 실제로 2012년 한국 검찰은 구글의 스트리트뷰와 관련, 구글 개발자 소환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한 적이 있다.

이번에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정부의 개인 정보 압수 가능성을 우려해 독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망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략 200만명이 이동했다고 하니 단일 해외망명자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가 아닌가 싶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동은 개인이 얼마나 쉽게 지역 국가의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지금 한창 유행하고 있는 해외 직구(직접구매)도 역시 지역 정부의 과세나 통제를 벗어나 있다.

글로벌화 하는 IT 기업과 지역 국가의 마찰, 사실 카카오가 이런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하다. 본사(주소만)를 미국이나 독일로 이전하면 된다. 우리가 장관 후보 청문회 때마다 듣는 '위장전입'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텔레그램처럼 한국 정부에 의한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 문자 그대로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카카오의 사업 기반이 한국이기 때문에 현실성은 없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글로벌 기업과 약화되는 지역 국가를 보면서 1000년 전 카노사의 굴욕이 다시 떠오른다. 권력의 근원이 종교에서 기업으로 변화하기는 했지만 자신을 파멸시킨 국가권력이 몰락하고 있기에 저승에서 그레고리우스 7세는 흐뭇해하지 않을까.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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