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경절 방한 요우커 16萬 시대, '바가지' 여전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하우 머치(How much·얼마에요)?"
지난 4일(토요일) 오후 남대문 시장의 P스카프 매장. 한 여성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스카프 가격을 묻자 상인은 "2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디스카운트(Discount·깎아주세요), 디스카운트!" 관광객이 깎아달라고 하자 그는 "노(NO)"라고 단호히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일행 중 한 명이 흥정을 도우려는 듯 "디스카운트! 만원!"을 잇달아 외치자 상인은 손사래를 저으며 급기야 "귀찮게 좀 그만해라"고 혼잣말을 했다. 결국 그들은 2만5000원에 제품을 구매하고 쫓기듯 매장을 빠져나갔다.
3분 후 한국인 모녀가 매장을 찾았다. 똑같은 스카프를 가리키며 가격을 묻자 상인 "1만5000원"이라면서 "순면 100%에 양면으로 쓸 수 있어 활용도가 좋아요"라고 설명했다. 한결 부드러운 표정으로 모녀에게 스카프를 매주는 상인의 모습은 좀 전 중국인에게 단호하게 '노'를 외치던 것과 딴판이었다.
큐빅핀과 머리띠를 판매하던 D액세서리 숍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스팽글 머리띠 하나에 2만원을 불렀다. 중국인이 조용히 매장에 들어가 큐빅 머리핀을 하나 더 얹으며 서툰 한국어로 "이거는 어마에요? 싸게 해주세요"라고 하자 상인은 "안 돼, 우린 싸게 팔아. 노 디스카운트, 노 디스카운트"라고 말했다. 계속 깎아달라고 조르자 주인은 마지못한 듯 계산기에 적힌 2만7000원이라는 숫자를 2만원으로 고쳐 적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떠난 직후, 매장 밖에 있던 한국인 주부가 머리띠 가격을 물었다. 상인은 "1만3000원"이라며 "현금으로 하면 조금 빼주겠다"고 덧붙였다.
국경절(10월1~7일)이 낀 첫 주말, 남대문 시장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남대문 시장은 중국인들이 한국 여행 시 명동과 함께 들리는 관광명소가 됐지만 상인들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씌우기'도 여전했다.
특히 남성 관광객에게 바가지 요금이 더욱 심해 J가죽자켓 매장에서는 중국인 부자(父子)에게 허름한 갈색, 검은색 바람막이 두 벌을 각 12만원씩, 24만원에 팔았다. 프린트가 연하고 많아 조잡했던 그 점퍼 가격을 물어보자 주인은 10만원을 불렀고 기자가 8만5000원으로 깎자 안 된다고 손사래치면서도 가게를 떠나려하자 팔을 붙잡았다.
국경절 연휴, 방한할 것으로 추정되는 요우커족만 16만명. 매년 한국을 찾는 중국인은 늘고 있지만 아직 '관광한국'의 미래는 요원해보였다. 특히 '부르는 게 값'인 시장에서는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씌우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중국인을 거의 내치다시피 쫓아내는 불친절한 매장도 있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한국 여행 시 한 가지라도 불편을 느꼈다고 응답한 사례는 2011년 2681건에서 작년 4402건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불법영업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관광경찰대가 출범했지만 이들도 바가지 요금을 단속하는 것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소속 오혜영 경사는 "시장도 원칙적으로 도매상을 제외한 소매상들은 가격표시제를 의무로 실시해야 하지만 단속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여름에 테마단속을 통해 일제 점검을 했고 지금도 수시로 사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대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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