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당시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 장도영ㆍ부의장 박정희)는 구속된 기업 총수들을 사면하는 대신 공장을 건설하게 하고 그 주식을 정부에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면을 받는 대신 기간산업에 투자하도록 재계를 독려하고 정부와 재계 간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기구(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창립되기도 했다.
최근 법무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잇따라 "잘못된 기업인도 여건이 조성되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며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이나 사면 논란에 불을 지핀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십년 전 사건을 다시 보는 듯한 기시감(데자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 초에도 통하지 않았던 '사면=투자 및 경제활성화' 방정식이 시장경제가 정교하게 발달한 2014년에 유효할 것이라고 믿는 발상과 생각의 전개가 놀라울 뿐이다.
재벌기업 회장들을 사면하는 것은 정치적 결단이므로 정치권이 알아서 책임지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만약 기업들에게 투자와 고용을 종용한다면 이는 유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 훨씬 더 나쁜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왜 투자를 기피하는가? 투자비용 만큼 매출과 수익을 올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라도 괜찮으면 수출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지만 2008년 이후 세계경제도 극도의 혼돈기를 맞고 있다.
지금 정부가 사면을 대가로 투자를 종용하는 것은 시장성이 없는데 무턱대고 돈을 쓰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들이 회사 내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을 쓰게 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배당을 더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낫다. 배당이라도 늘리면 증가한 자산효과 때문에 내수소비라도 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최악의 기업은 수익성이 불분명한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기업이다. 만약 정부가 기업들에게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계속 투자를 종용할 경우 가장 먼저 등을 돌릴 사람들은 다름 아닌 외국인 투자자들일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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