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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연석 "'올드보이'에서 달려온 10년, 후회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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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영화 '제보자'에서 연구원 심민호 역할

유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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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배우 유연석(30)은 대학에서 첫 연극 무대에 올랐다. 마침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학창시절을 연기하면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터였다. 무대에 서서 객석을 바라보는 순간, 희열을 느꼈다. 다시 또 10년 전, 초등학교 학예회 때 무대에 서서 객석에서 터져 나온 박수에 짜릿했던 기억이 새삼 되살아났다. "아,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구나, 이 일에 평생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겠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한다. 그 길로 다시 10년을 연기만 팠다.

하지만 '올드보이'의 후광은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들었고, "아무도 찾지 않거나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시간들도 길어졌다. 가끔 조바심이 났지만 한 번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기대했다 실망으로 끝나는 경우도 비일비재였다. 결국은 '언젠가는 될 거야'라는 확신도 내려놓은 채 그저 일 자체에 몰두했다. 그러다 서서히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기 시작한 게 독립영화 '혜화, 동'에서부터였다. 이어 '건축학개론'의 강남사는 재욱선배, '늑대소년'의 지태 등 누구라도 싫어할 만한 악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말갛고 순해 보이는 눈매는 '전국노래자랑'의 동수에서 물을 만났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충무로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는 대세남이 되면서 '은밀한 유혹', '상의원' 등에 잇달아 캐스팅된 유연석은 임순례 감독과 만나면서는 '제보자'의 심민호 연구원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했다. 10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논란을 다룬 이 영화의 시작은 한 양심적인 연구원의 제보에서 출발한다. 유연석은 "진실을 말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최대한 담담하고, 담백하게 말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본인이 그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에는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스스로가 당당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나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하며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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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에서 '건축학개론', '전국노래자랑', '제보자'까지 필모그래피가 다양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은?

"딱 한 가지 기준보다는 우선 내가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에 관심이 간다. 또 내가 기존에 했던 것들과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하고. '응답하라 1994'를 끝내고는, '칠봉이'의 정반대편에 선 인물을 하고 싶었다. '제보자'의 '심민호'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맞서 고민하는 모습에 끌렸다."
-'제보자'에서 연구원이나 아빠는 처음 해보는 역할인데, 어떤 준비를 했나?

"실제로 수의대 연구원들을 만나보니까 세포연구를 세밀하게 해서 그런지 다들 눈이 좋지 않아 안경을 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안경을 끼기로 했다. 또 이 분들이 무언가 하나를 계속 생각하고 고민할 때 튀어나오는 습관도 있었다. 어떤 분은 손톱을 뜯고, 어떤 분은 머리를 꼬고. 영화를 자세히 보면 '심민호'는 계속 손톱을 튕기는 액션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제보자가 진실을 얘기할 때 담백하게 해야 한다는 거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것이니까 다른 불편한 의도, 감정의 호소 이런 것들을 없애야겠다 싶었다."

-논란이 됐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출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어찌되었든 영화적으로 극화된 시나리오기 때문에 배우는 하나의 인물만 잘 표현하면 된다. 영화 자체는 '진실 추적극'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속에 들어가는 팩트는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영화는 영화로서 받아들이되 실제 사건에 대해서도 한번 다시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나 역시도 10년 전에 맹목적으로 그 사건을 받아들였고, 언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던 것 같다."

-제보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인데, 영화 속 입장이 나라면 어떻게 하겠나?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심민호는 제보를 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있었다. 과학자로서의 소신도 있지만 아픈 딸아이에게 떳떳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 역시도 그런 순간이 온다면, 또 그때 모든 걸 포기하고도 당당할 수 있는 어떤 힘이 있다면, 충분히 그렇게 하지 않을까."

-데뷔한 지 10여년이 됐다.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우선 이 일을 좋아하는데, 여태까지는 하고 싶은 작품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나를 믿고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팬들도 열심히 움직여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학예회때 연극을 하면서 박수를 받은 게 너무 짜릿했다. 그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다."

-악역과 선한 역이 모두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

"처음에는 거울보고 '배우해도 될 얼굴인가' 고민도 했다. '배우는 힘들겠다'고 걱정한 적도 있다. 개성이 강한 얼굴도 아니니까. 그래도 어느 순간 다양한 작품들을 하고, 그게 크게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서는 지금의 외모를 오히려 장점이라고 받아들이게 됐다."

-아무도 찾지 않던 시기를 어떻게 버텨냈나?

"예전에는 '나한테도 한 방이 올 거야'라고 확신한 적도 있지만, 그러니까 오히려 실망만 커지더라.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그런 거를 생각안하고, 과정만 즐기려고 했다. 20대를 돌이켜보면 배우를 하면서 후회하지 않고,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신한다. 앞으로의 10년도 지금까지의 10년처럼 살고 싶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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