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 독감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임상 3상까지 마치면, 제품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녹십자는 이달 초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한 4가 독감백신 임상시험에도 착수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5개 소아용 및 성인용 독감백신 중 10여개의 제품이 4가 백신이다. 미국시장에 지난해부터 4가 독감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4가 독감백신이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독감백신 제조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두 방식은 각각 장점이 뚜렷하다. 세포배양 방식은 전통방식에 비해 생산기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이에 따라 인플루엔자 판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과 같이 백신공급이 빨리 필요한 시기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AI(조류독감)와 같은 상황에 무관하게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유정란 배양 방식은 오랜 역사를 통해 안정성을 입증됐고 세포배양 방식에 비해 생산 단가 면에서 유리한 것이 장점이다.
세포배양 방법이 기존 유정란 배양 방식에 비해 큰 이점을 주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백신 제조사들은 매년 다음 시즌 독감백신에 포함될 균주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추천 받는다.
WHO는 통상 백신 출하시기와 7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균주를 추천하기 때문에 기존 유정란 배양 방식의 생산기간으로도 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글로벌 백신 제조사인 사노피 파스퇴르는 지난 2005년 미국 정부와 세포배양 백신 개발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가 파기했다. 이 백신 제조사는 단순히 유정란을 대체하고 큰 이점이 없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제조방식 차이는 독감백신의 품질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지에 따르면, 독감백신 제조 방식은 독감바이러스 예방 정도와는 상관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이 두 가지 방식 모두를 개발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운영하고 있는 유정란 배양 방식과 판데믹, 조류독감과 같은 외부 위험요인으로 인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세포배양 방식도 같이 운영 하겠다는 얘기다.
안동호 녹십자 종합연구소 상무는 “녹십자의 4가 독감백신 개발은 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포화된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국내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은 무의미 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독감백신 연간 소비량은 1600만 도즈(성인 1회 접종량) 정도로 세계 전체 시장에서 소비하는 4억 도즈의 4% 수준에 불과하다.
녹십자는 지난 몇 년간 독감백신 국내 유일 생산시설이라는 독보적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녹십자 독감백신 수출액은 280억원에 달했다. 수출을 처음 시작한 2010년 수출액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상승세가 이어져 올해 독감백신 수출고는 4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을 정도다.
녹십자의 독감백신 수출 성장 비결은 다국적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세계적 기술력이란 평가다. 국제기구 독감 백신 입찰 자격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단 네 곳이 갖고 있는데, 아시아에선 녹십자가 유일하다. 다인용과 1인용 모두 국제기구에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사노피와 녹십자 두 곳 뿐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