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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간보기'에 일선 공무원들 '분노·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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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경' 공무원연금개혁안, 나오자 마자 '낙동강 오리알'…'세금 도둑' 몰린 공무원들 "노후 생계 불안" 호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 여당의 '간보기'에 공무원들과 국민들이 놀아났다."

최근 느닷없이 발표됐다가 사실상 '낙동강 오리알'꼴이 된 한국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정부와 여당이 민간학회의 이름을 빌려 '초강경 카드'를 던져 놓고선 직간접 이해당사자들인 공무원·국민들의 반응을 살펴본 후 살짝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반면 총대를 멨던 한국연금학회는 개혁안 작성을 주도한 김용하 회장(순천향대 교수)가 사퇴하는가 하면 공무원노조의 점거 농성에 시달리는 등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작은 지난 21일 민간단체인 한국연금학회가 새누리당의 의뢰를 받았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학회는 당시 공무원들이 현재보다 본인부담금을 43% 더 내는 반면 받는 돈은 34% 줄어드는 파격적인 안을 제시했다. 또 현재 급여 수급자들까지도 3%를 '재정안정화 기여금' 명목으로 반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학회의 안은 올해 상반기 안전행정부 소속 '공무원연금제도개선전문위원회'의 개선안(정부안)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었다. 당초 이 위원회는 공무원연금의 납입금 대비 수령액 비율을 국민연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퇴직수당을 올려 보전해 주자는 안을 제시했었다.

구체적으로는 연금 수령액을 20% 깎아 국민연금 수준으로 수령액을 낮추고 민간의 절반 수준인 퇴직수당 지급액을 올려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재 공무원연금 월평균 지급액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2.7배 수준이기 때문에 20%를 삭감한다 해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또 '중이 자기 머리 못 깎는다'며 공무원들의 셀프 개혁에 맡겨놔서는 안 된다는 반발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경제혁신특위 산하에 공무원연금개혁분과위원회를 만든 후 연금학회에 의뢰해 이번 개혁안을 만들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회안이 발표되자 후폭풍이 거셌다.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도권을 쥔 정부·여당이 이해 당사자들이나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은 채 가장 초강경안을 제시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공무원노조들이 지난 22일 이 개혁안이 발표될 예정이었던 연금학회 주최 토론회를 무산시켰다. 이후 공무원노조들은 연금학회 사무실을 점거 농성 중이며 "청와대가 배후에 있다"며 화살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리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도 명예퇴직자가 급증하는 등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자 해당 개혁안을 탄생시켰던 주역들이 서로 발을 빼면서 책임 회피에 나서고 있다. 우선 연금학회가 "학회 차원에서 논의된 안이 아니다"며 '어머니'임을 부인하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들이 대거 기관회원으로 가입돼 있어 '사적 연금 활성화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연금학회는 김용하 회장이 26일 전격 사퇴하는 등 내홍을 치르고 있다. 김 회장은 사퇴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학회에 부담을 준 것에 사과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학회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개혁안 작성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아버지' 격인 새누리당도 이번 안에 대해 "연금학회 안에 불과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신 공무원 처우 및 인사제도 개선, 하급공무원 우대 등의 방침을 밝히는 등 공무원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지난 24일 박경국 안전행정부제1차관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공개된 개혁안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의 전문가 자문위원을 맡은 연금학회장 등이 만든 방안이며 연금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정부 여당이 일단은 초강경 카드를 던져 놓고 반응을 보겠다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고, 연금학회라는 곳은 허수아비 역할을 해준 것 같다"며 "노후 생계가 달린 공무원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고 '세금 도둑놈'으로 몰려 상처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다면 이 같은 무책임한 간보기는 차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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