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구슬을 앞과 옆에 달았을까. 왕의 위엄에 기품을 더해주는 보기 좋은 장식이어서, 또 옥이 부딪치며 내는 청아한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다. 눈과 귀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에 달린 구슬들은 왕의 시야를 방해했고, 옆에 달린 옥은 소리를 듣는 것을 방해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나라의 모든 일을 관장하는 왕더러 보지를 말고 듣지를 말라니. 아니다.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멀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보되 지나치게 많은 것을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듣되 세상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다 듣지는 말라는 것이었다. 즉 보지 말고 듣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잘 보고 더 잘 들어라는 것이었다. 보고 듣는 것들을 가려 무엇을 더 깊이 보고 무엇을 더 유심히 들어야 하는지를 늘 생각하라. 왕에게 그걸 명심케 하려는 것이었다.
마침 오는 26일부터 서울 종묘에서 면류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곳에서는 3일간 야간에 종묘제례악 공연이 펼쳐지는데 아마 왕의 역을 하는 이가 면류관을 쓰고 나올 것이다. 옛날 같으면 면류관을 썼을 지위에 있는 이라면 그걸 보면서 자신의 눈과 귀가 보고 들어야 할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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