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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여기는 아시안게임]강제로 '헝그리 정신' 경험한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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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이런 대회는 처음입니다."

김선일 사격 남자 권총 대표팀 코치(58)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선수들이 밥도 못 먹고 경기에 나가는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코치를 비롯해 여러 국제대회에 선수와 지도자로 출전한 그는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사격대표팀은 20일과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과 개인전에 엉뚱한 '헝그리 정신'으로 출전했다. 점심 도시락이 배달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각 종목 팀과 선수들은 경기가 열리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미리 조직위원회(조직위)에 도시락을 신청한다. 사격장 주변에는 선수들이 점심을 해결할 식당이 없다. 경기 시간도 촉박해 선수들은 결국 빈속으로 대회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김 코치는 "경기가 끝난 다음 빵과 우유를 주더라. 아무도 먹지 않고 자리를 떴다"고 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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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는 22일 보도 자료를 냈다. "식음료안전대책본부가 경기장에 공급되는 도시락에 대한 식중독 검사를 실시한 결과 19일과 21일 만든 음식 일부에서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이 나왔다. 해당 업체의 도시락 공급을 중단하고 현장에서 모두 폐기 조치했다"고 했다.

사격뿐 아니라 펜싱, 양궁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대한펜싱협회는 21일 신청한 도시락이 오지 않자 사비를 털어 외국 선수들의 식사까지 해결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양궁협회도 자원봉사자와 운영인력이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자 따로 도시락을 준비해 배급하기로 했다.
조직위는 뒤늦게 문제를 시인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점심값으로 1인당 7천 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돈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경기장 안에 있는 매점이나 작은 식당은 한꺼번에 몰리는 사람들을 감당하지 못한다. 규정상 경기장에 음식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데, 경기장 밖에서는 음식 먹을 곳을 찾기 어렵다. 인천아시안게임은 '배고픔'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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