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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채용 '취업오디션' 바람…합격 여부 이렇게 갈리네

최종수정 2014.09.18 15:34 기사입력 2014.09.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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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채용 '취업오디션' 바람…합격 여부 이렇게 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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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44% '스펙중심 채용에서 벗어날 것'
-오디션·PT로 서류전형 대체, 자소서 어학성적·자격증란 삭제하는 기업 늘어
-구직자 41% "이색채용, 뭘 준비해야할 지 몰라 막막해"
-"이색채용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성공"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1.지난해 상반기 KT에 입사한 김모씨. 그는 입사시험 첫 관문으로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오디션’을 봤다. KT가 '열린 채용'의 한 형태로 지난해 처음 도입한 ‘스타오디션’이다. 여기서 합격하면 서류전형 없이 바로 면접으로 직행할 수 있다. 오디션 주제는 ‘자기소개서에 표현 불가능한 나를 표현하라’ 김씨는 꼬박 4일 밤을 지새워 가며 동영상을 만들었다. 그는 이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대학시절 해 온 것들을 모두 동영상에 담아 면접관들에게 보여줬다. 합격이었다. 면접관들은 “김씨만큼 심혈을 기울여 오디션을 준비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2.같은 해 하반기에 역시 서류전형 대신 오디션을 보고 입사에 성공한 문모씨. 문씨의 오디션 준비는 즉석에서 이뤄졌다. 온라인상에 오디션 사전신청자가 폭주하자 KT는 할 수 없이 접수를 중단하고 채용설명회 당일 추점을 통해 오디션 대상자를 추가 선정했다. 운 좋게 추첨에 뽑힌 문씨는 약 30분간 머리를 짜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스토리를 구성했다. 문씨는 “여행용 가방에 그동안 읽은 전공서적을 가득 담아온 사람, 졸업작품을 가져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 등 온갖 준비를 다 해 온 이들을 보며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아 합격했다”고 말했다.

오디션에 통과해 입사에 성공한 이 둘의 오디션 준비과정은 너무 다르다. 4일 밤낮을 준비에 쏟은 사람과 30분 만에 뚝딱 자기소개를 준비한 사람을 둘 다 합격시킨 건 면접관들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서일까. 그렇지 않다. 면접관들을 움직인 건 오디션을 어떻게 얼마나 준비했는지가 아니라 이들이 각각 이 업종에서, 나아가 이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 왔느냐였다.
◆“자기소개서에 표현 불가능한 나를 표현하라”
취업에서의 첫 관문은 서류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업종에 관계없다. 서류전형을 통과해야 기업 관계자를 만나 비로소 나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취업준비생들은 지금도 이 서류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다. 토익, 학점, 해외연수, 수상경력 등 항목도 가지가지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 사이에 스펙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LG그룹은 이력서에 가족사항, 인턴, 봉사활동, 어학성적, 해외경험, 수상경력란을 삭제하고 어학성적과 자격증도 필요한 직무에 한해서만 입력하도록 했다. KT와 SK텔레콤, 기업은행 등은 오디션이나 프레젠테이션으로 서류전형을 대체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오디션 채용 1기인 김씨와 문씨는 열린 채용방식이 서류에서 결코 보여줄 수 없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대학시절 남들이 다 쫓는 스펙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들에 집중했고 면접관들이 이를 알아봐 준 것 같다”면서 “서류에 쓰인 숫자 하나, 문구 한 줄로는 나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취업준비생들이 보통 50~100개의 자기소개서를 쓰지만 내용이 대부분 같다”면서 “이동통신사에서 일하는 것이 내 꿈이었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정보통신학 전공과 자격증 공부에 시간을 쏟았다. 오디션에서 정확히 이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를 어필했다”고 말했다.
문씨의 경우 원체 휴대폰에 관심이 많았다. 지인들이 휴대폰을 교체할 때 자문을 구할 정도였다. 그는 평소 휴대폰에 관해 갖고 있던 관심과 정보를 모두 쏟아냈다. 2~3분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면접관들은 그를 알아봤다. 문씨는 “최종합격 후 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다. 해외 유수 대학을 나온 동기들이 많았지만 회사가 원한 건 스펙만은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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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스펙 VS 오디션, 어떤 차이 낳았을까
그렇다면 이들 둘의 스펙은 어떨까. 다른 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류전형을 거쳤다면 통과할 수 있었을까. 김씨는 지방대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했다. 학점 4.4점에 전공 관련 자격증 2개, 토익 750점이었다. 김씨는 “채워도 채워도 부족해 보이는 게 이력서”라며 “해외연수, 수상경력, 인턴활동 경험 등이 없어 스스로 주눅 들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학점 4.4점으로 수석졸업을 했음에도 서류에 남아도는 빈칸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어 그는 실제로 그 빈칸을 채우기 위한 준비과정이 더 필요한 지에 대해 고민하던 중 ‘오디션’ 기회를 갖게 됐다.
문씨는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스스로의 스펙에 대해 “어디 가서 들이밀 만한 스펙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학점 3.8점에 토익 880점, 해외연수나 공모전 수상 경험 등은 전혀 없었다. 그는 “기업 50여군데 지원했지만 서류 합격률은 20%도 채 안됐다”면서 “오디션 채용방식이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창구가 됐다”고 말했다.

◆‘스펙 타파’ 기업 만족도 높아
스펙의 중요도를 낮춘 기업들의 채용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 관계자는 “스펙타파 채용방식의 결과에 기업의 만족도가 높다”며 “스펙 탈출 채용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찾는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람인이 올 상반기 신입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285개사를 대상으로 ‘스펙중심의 채용전형 변화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4.2%가 ‘스펙중심 채용에서 벗어나도록 변화를 줄 것’이라고 답했다. 스펙 중심의 채용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45.2%,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고스펙과 직무능력은 관계 없어서’(33.3%), ‘스펙만으로 지원자를 세세히 파악하기 부족해서’(26.2%) 등이 뒤를 이었다.
채용 평가 시 스펙을 중점적으로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81.9%가 ‘아니다’라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스펙만으로 검증 못하는 게 있어서’(49.7%,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은 ‘인재상 부합 등 다른 기준이 중요해서’(37.3%), ‘스펙의 변별력이 떨어져서’(17.8%) 등이 뒤를 이었다. 스펙 대신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는 ‘책임감, 원만함 등 인성적 요소’(71.9%, 복수응답), ‘직무 지식 또는 수행 능력’(49.7%) 등을 꼽았다.
사람인 관계자는 "스펙 탈출 방식의 채용이 늘어나야 한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효과가 있고 구직자들에게는 쓸데없는 스펙을 쌓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색채용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채용시장의 ‘스펙 탈출’ 움직임에 구직자들이 환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자기소개서의 빈칸보다 더 큰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채용시장에서 ‘을’의 입장인 구직자들은 자꾸 눈에 보이는 스펙을 올리려고 한다. 그러나 이색채용 방식에는 대체 뭘 준비해야할지 몰라 막막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스펙초월 채용에 지원하려는 구직자(372명)의 95.4%는 실제로 준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느끼는 어려움으로는 ‘시도 단계라서 평가가 공정할지 불안함’(44.2%, 복수응답),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확신이 안 섬’(42.5%), ‘뭐부터 준비해야 할 지 막막함’(41.1%) 등이 있었다.
오디션 1기 합격자인 김씨는 “특이한 경험이 있어야만 이색채용에 유리할 거라고들 생각하지만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회사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잘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색채용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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