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한국이 축구 강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면 감독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에 오른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한국과의 동행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 "외국인 감독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돈이나 명예를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온 이상 열심히 일하고 그동안 쌓은 경험을 토대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오후 방한한 슈틸리케 감독은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를 참관하며 첫 업무를 시작한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대표팀을 이끌 계획인가.
"모든 감독들은 한 경기에 패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의 전 감독들도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이를 극복할 경험이 없었다고 본다.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는지 잘 생각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구상하고 있는 전술은 무엇인가.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 등 큰 대회를 많이 뛰면서 결국 승리가 중요하는 것을 느꼈다. 어떤 나라에는 티키타카가 중요하지만 공중 볼이 필요한 경기도 있다. 결국은 상황에 맞는 지능적인 경기 운영이 중요하다."
-감독으로서 큰 성공 경험이 없다는 우려가 있는데.
"좋은 팀들과 함께한다면 성공하기 쉽다. 훌륭한 감독이라도 1군에 있다가 강등될 수 있다. 선수 구성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했고, 필립 람 등 독일 유소년 선수들을 데리고 유럽선수권에서 준우승까지 달성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고,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하는지가 중요하다."
-독일의 유소년 지도 방식을 한국 축구에 어떻게 접목할 생각인가.
"한국의 전통과 문화, 정신적인 측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독일 축구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공통점과 함께 한국과 독일의 장점을 찾아보겠다."
-한국 선수들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나.
"손흥민은 함부르크 입단 당시부터 소식을 접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조금씩 관찰할 계획이다. 일찍 귀국한 이유도 오늘 친선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한국행을 결정하면서 고민은 없었나.
"과거에는 에이전트가 어떤 나라나 클럽을 추천하면 고민했지만 이번에는 대한축구협회 제안을 받고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계약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이런 경우는 없었다. 카타르에서 일할 당시 집 근처에 거주하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남태희가 있었다. 운동장 밖에서도 규율이 잘 잡힌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시안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이 다가오는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우선 K리그와 유소년 선수들을 빨리 파악하는데 주력하겠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국내 선수들을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겠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브라질 월드컵을 보면서 젊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극복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알제리전 패배 이후 마지막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어린 선수들이 부담감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선수 시절 기억을 떠올려보면 22~23살에는 잘하는 축구에 중점을 뒀다. 27~28살에는 더 나은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론적으로 어릴 때는 축구를 무의식적으로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독일 대표팀도 2006 월드컵에서는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했지만 8년 동안 축적된 경험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했나.
"아직 축구협회와 논의가 필요하다. 일단 카를로스 아르모아라는 아르헨티나 출신 수석코치가 함께한다. 6년 동안 나를 도와준 사람이다. 보통 감독들은 코칭스태프 4~5명을 데려오지만 이번에는 2~3명 정도 한국 코치를 요청했다. 선수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그들은 한국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