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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없다”…장애·나이 뛰어넘은 ‘인간 승리’ 3명

최종수정 2018.09.11 06:33 기사입력 2014.09.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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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요양 중 시집 낸 48세 정신장애인 오재길씨, 정보화교육장 ‘반장 할머니’ 83세 장문자씨, 생애 처음 초등학력인정 졸업장 받은 82세 이어근씨 화제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돌아간다.” “최후의 승리는 인내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인내하는데서 운명이 좌우되고, 성공도 따르게 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 샛별처럼 나타나 15년 만에 유럽의 역사를 바꾼 나폴레옹이 남긴 말들이다. 2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런 명언들을 현실에 접목, 삶의 지표를 삼아 성공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적잖다.

20년째 요양 중 시집을 낸 48세 정신장애인 오재길씨, 정보화교육장 ‘반장 할머니’ 83세 장문자씨, 생애 처음 초등학력인정 졸업장 받은 82세 이어근 할머니가 그런 사람들에 해당된다.

“불가능은 없다”며 장애와 나이를 뛰어넘어 ‘인간 승리’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 충청지역 화제의 세 사람은 장애인과 고령자, 그늘진 계층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20년 째 요양 중 시집을 낸 오재길씨
◆국문과 중퇴한 공주출신 오재길씨, ‘세월의 길목에서’ 시집 펴내=문학청년을 꿈꾸다 정신질환을 얻으며 20년째 정신요양시설에서 요양 중인 정신장애인 오재길(48)씨가 지역문학계에서 화제다.
충남 논산에 있는 정신요양시설 성지드림빌에서 생활 중인 오 씨는 지난달 자신이 쓴 시를 엮은 시집 ‘세월의 길목에서’를 출판했다.

공주출신인 오씨는 1985년 문학청년을 꿈꾸며 모 대학의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으나 대학 4학년 때인 1994년 조울증이 닥쳤다. 정신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증세가 완화되자 정신요양시설에 들어가 지금까지 요양 중이다.

오 씨의 첫 시집 ‘세월의 길목에서’는 지난 20년간 정신요양시설에서 생활하며 틈틈이 쓴 1000여 편의 시 가운데 97편을 추려 담았다. 시집은 ‘꽃’, ‘님’, ‘오가는 정’, ‘초저녁’, ‘운명’ 등 5부로 이뤄졌다. 실린 작품들은 간결하면서도 애틋한 표현으로 잔잔함 감동을 주고 있다.

시집을 내는데 든 비용은 오 씨가 봉투 접기나 쇼핑백 만들기 등으로 다달이 번 돈을 조금씩 모아 마련했다.

오 씨는 “이 시집으로 삶의 여유와 사랑을 느끼고 마음의 평화와 사랑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짬짬이 써둔 작품들을 다듬어 시집을 또 펴낼 예정이다.

오재길씨가 낸 시집 '세월의 길목에서'
그가 생활하는 성지드림빌은 입소자에 대한 취업활동지원, 작업치료관리, 사회기술훈련, 정서지원, 금융자산관리, 생활체육, 사회복귀를 위한 준비훈련모임 등 직업재활프로그램들을 펼치고 있다. 내성적이던 오 씨가 외향적으로 바뀌고 시집까지 펴낼 수 있었던 데엔 성지드림빌의 이런 프로그램들이 뒷받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재형 충남도 보건행정과장은 “정신질환은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병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정신병’이란 낙인이 찍히며 사회진출을 접는 사례가 많다”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권익옹호는 물론 오씨처럼 예술적 가능성이 보이는 정신장애인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게 정신보건시설 내 직업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등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의 컴퓨터 사랑 장문자씨, 페이스북도 ‘척척’=오전 7시45분 장문자(83) 할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길을 나선다. 집에서 충주시청 전산교육장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다. 정보화교육이 시작되려면 아직도 1시간이나 남아있는데도 제일 먼저 전산교육장 문을 두드린다.

충주시청 정보화교육생들에게 ‘반장 할머니’로 통하는 장문자씨(사진제공=충주시청)
처음 할아버지와 함께 컴퓨터교육을 다니기 시작한 건 충주시 정보화교육이 처음 시작됐던 2002년. 부부가 함께 치매도 예방하고 취미생활도 할 겸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5년 할아버지가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지고난 뒤엔 할머니 혼자 교육장을 오가기 시작했다.

재수강자는 대기자로 접수되는 충주시청 정보화교육 방침 때문에 자리가 없을 땐 서서, 교육장에 빈자리가 있으면 앉아서 교육을 받아온 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다.

그동안 컴퓨터 실력이 많이 늘어 혼자서 동영상을 만들고 트위터, 페이스북도 운영한다. 사무용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솜씨는 능숙하다. 그래서 장 씨는 충주시청 정보화교육생들에게 ‘반장 할머니’로 통한다.

장 할머니의 꿈은 실버컴퓨터강사다. “노인들이 젊은이들만큼 컴퓨터에 능숙한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할머니는 오늘도 충주시 전산교육장에서 정보화강사를 도와 강의에 뒤처지는 노인교육생들을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서산시 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제1회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이수자 졸업식’에서 이어근(82) 할머니가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산시)
◆태어나 처음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최고령 이수자 이어근씨=“여든 둘의 나이에 생애 처음 졸업장을 받습니다. 평생 배우지 못한 한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29일 충남 서산시 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제1회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이수자 졸업식’에서 최고령 졸업생 이어근(82) 할머니가 소감을 밝혔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이 할머니는 2011년 뒤늦게 한글을 배우기 위해 서산시 평생학습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

3년 만에 졸업장을 받은 이 할머니는 “한글도 모르던 내가 이제는 영어로 내 소개를 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할머니를 포함, 이날 졸업한 34명 중 30명은 평생교육법에 따라 초등학력을 인정받았다. 서산시가 운영하는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프로그램은 2011년 9월 개설돼 이번에 첫 졸업생을 배출해 눈길을 모았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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