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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정신 VS 창작정신"‥'오래된 장르' 사극의 숙명

최종수정 2014.09.05 08:34 기사입력 2014.09.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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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오래된 장르 '사극'이 나올 때마다 역사 왜곡 및 고증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사극 본질에 대한 담론으로 비단 영화에 국환된 문제는 아니다. 문학, 미술, 뮤지컬 등 다른 문화 장르에서도 역사를 다루는 문제에 대해 같은 논란은 여전하다. 여기에는 지나친 미화로 역사적 의미를 훼손했다는 논란도 포함된다.

◇ 명량 논란의 전모 = 현재 상영중인 영화 '명량'에서 역사적 실존 인물인 경상우수사 배설 장군의 행적을 과장ㆍ왜곡됐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배설의 후손들은 영화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제작자 등에 대한 고소·고발, 국민권익위원회 제소 및 영화 상영 중지 요청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당장 경주 배씨 성산공파 문중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조상의 명예 훼손 및 후손들의 인격권 침해'를 제기하며 추석 직후 김한민 감독ㆍ제작사ㆍ시나리오 작가 등 4명을 상대로 고발장을 낼 예정이다. 이제 왜곡 논란은 문화시장을 넘어 법정에서 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허구가 가미된 예술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논란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사학계는 사실관계 왜곡에 대해서는 단호히 배격한다.

이제 논란은 일반 대중까지 가세해 논쟁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왜곡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기황후'의 경우도 왜곡 논란으로 한차례 몸살을 한 바 있다. 하반기 영화 명량을 비롯,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이 상영중이고 앞으로 '상의원', '협녀: 칼의 기억', '순수의 시대' 등이 개봉될 경우 관련 논쟁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픽션과 논픽션 사이 = 역사속 인물과 사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은 스토리 자원으로 언제나 창작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재료다. 서구의 스토리 시장은 주로 신화를 원형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우리는 역사를 주로 다루는 특징이 있다. 최근 사극은 로맨스, 판타지, 탐정, 코믹, 액션 등의 장르와 이종 교배하며 더욱 진화하고 있다. 정통사극, 팩션(팩트+픽션)사극 및 퓨전사극까지 다양한 장르가 영화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역사 속 다양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문화콘텐츠다. 각 지역마다 흩어져 있는 수많은 설화, 민속 등도 속속 스토리텔링이 이뤄지면서 이야기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먼저 사극이 대세를 이루는 문화시장 풍토와 관련, 문화평론가들은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곽영진 영화평론가는 "사극은 현재와의 대화, 현실 반영 등 교훈적 의미를 담기 마련"이라면서 "우리 관객은 리얼리티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오락적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다른 시대의 풍속과 전통, 향수, 팩션을 통한 긴장속에서 감동을 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예술작품에서 어디까지 가공을 허용할 것이냐는 문제에 부딪히면 얘기는 달라진다. 논란의 가장 큰 지점이다. 이와 관련, 문화예술계는 영화를 작품으로 이해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실관계를 다루는 역사학계의 태도는 단호하다. 명지대 한명기 교수는 "해석을 달리할 수는 있다. 또한 예술작품 속 허구의 인물이 나와 시대를 반영하고, 역사적 의미를 더할 수는 있다. 영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항상 분명히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이민호 문학평론가는 "드라마작법에서 상상력을 더하는 것은 창작정신에 위배된다고는 할 수 없다"며 "영화는 영화로 보고, 역사는 역사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사극은 갈수록 재미, 오락적 개념, 산업적 이해와 맞물려 스토리텔링 기법의 변주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역사를 바라보는 문화적 담론 이전에 스토리텔링의 산업적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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