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량 논란의 전모 = 현재 상영중인 영화 '명량'에서 역사적 실존 인물인 경상우수사 배설 장군의 행적을 과장ㆍ왜곡됐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배설의 후손들은 영화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제작자 등에 대한 고소·고발, 국민권익위원회 제소 및 영화 상영 중지 요청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제 논란은 일반 대중까지 가세해 논쟁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왜곡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기황후'의 경우도 왜곡 논란으로 한차례 몸살을 한 바 있다. 하반기 영화 명량을 비롯,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이 상영중이고 앞으로 '상의원', '협녀: 칼의 기억', '순수의 시대' 등이 개봉될 경우 관련 논쟁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픽션과 논픽션 사이 = 역사속 인물과 사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은 스토리 자원으로 언제나 창작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재료다. 서구의 스토리 시장은 주로 신화를 원형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우리는 역사를 주로 다루는 특징이 있다. 최근 사극은 로맨스, 판타지, 탐정, 코믹, 액션 등의 장르와 이종 교배하며 더욱 진화하고 있다. 정통사극, 팩션(팩트+픽션)사극 및 퓨전사극까지 다양한 장르가 영화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역사 속 다양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문화콘텐츠다. 각 지역마다 흩어져 있는 수많은 설화, 민속 등도 속속 스토리텔링이 이뤄지면서 이야기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예술작품에서 어디까지 가공을 허용할 것이냐는 문제에 부딪히면 얘기는 달라진다. 논란의 가장 큰 지점이다. 이와 관련, 문화예술계는 영화를 작품으로 이해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실관계를 다루는 역사학계의 태도는 단호하다. 명지대 한명기 교수는 "해석을 달리할 수는 있다. 또한 예술작품 속 허구의 인물이 나와 시대를 반영하고, 역사적 의미를 더할 수는 있다. 영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항상 분명히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이민호 문학평론가는 "드라마작법에서 상상력을 더하는 것은 창작정신에 위배된다고는 할 수 없다"며 "영화는 영화로 보고, 역사는 역사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사극은 갈수록 재미, 오락적 개념, 산업적 이해와 맞물려 스토리텔링 기법의 변주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역사를 바라보는 문화적 담론 이전에 스토리텔링의 산업적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