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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배설 후손들 "우리 조상 그런 분 아니다"

최종수정 2014.09.04 07:37 기사입력 2014.09.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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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역사 왜곡 논란...경주 배씨 후손들 "비상대책위원회 만들어 문광부에 상영 중지 요청 추진 중"

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명량, 아바타 제치고 역대 흥행순위 1위[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명량, 아바타 제치고 역대 흥행순위 1위[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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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鳴梁)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극중 가장 비겁한 인물로 묘사된 경상우수사 배설의 후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허구로 꾸며진 영화 속 이야기 때문에 학교ㆍ군대ㆍ회사 등에서 후손들이 놀림ㆍ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영화에서 배설은 최악의 비겁자로 묘사되고 있다. 배설은 "이대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선동으로 동료 장수들의 사기를 꺾고, 전투 직전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려 한다. 특히 가장 소중한 전력이었던 거북선을 불태워 버린다. 결국 배설은 쪽배를 타고 도망가다가 뒤를 쫓는 아군 장수가 쏜 화살에 맞아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로 인해 영화를 보고난 이들은 "왜적보다 배설이 더 얄밉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배설의 후손들은 이순신 장군의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 역사적 실존 인물의 행적을 왜곡ㆍ과장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북 성주시 경주 배씨 성산공파 집성촌에 산다는 배윤호(60)씨는 아시아경제신문에 이메일을 보내 "영화에 나오는 배설 장관 관련 내용은 전부 허구이며, 고증이 없는 작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씨에 따르면 우선 배설은 전투 직전 겁이 나서 도망간 것이 아니라 전투 보름 전쯤 일찌감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낙향했을 뿐이다. 실제 이순신 장군이 직접 쓴 '난중일기'에는 "배설이 제 종을 시켜 소장을 냈는데, 세가 몹시 중하여 몸조리를 하겠다고 하였다. 나는 몸조리를 하고 오라고 공문을 써 보냈더니 배설은 우수영에서 뭍으로 내렸다(8월30일자)” 등의 기록이 실제한다.
따라서 배설이 전투 직전 이순신 장군 암살 시도ㆍ거북선 방화를 저지르고 도주 중 척살 당했다는 영화 속 장면은 사실 역사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배설이 전투 중 도주한 죄로 전쟁이 끝난 후 도원수 권율에게 붙잡혀 참형 당한 것에 대해서도 후손들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배씨는 "임진왜란 이후 배설 장군이 죽은 것은 난리후 흉흉한 민심에 겁이난 선조와 당시 동인들의 전쟁 책임을 피하기 위한 희생 제물"이라며 "배설 장군은 여러 차례 조정의 폐단을 들어 상소하여 좌천과 투옥이 되기도 했고, 진주목사에서 경상우수사로 갈때 진주 백성들이 막아서 며칠 동안 부임을 못하여 조정에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 등 진주 백성들이 바른 정사를 기렸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칠천량 해전에서 몸을 빼 살아 돌아 온 것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엄청난 열세 속에서 유일하게 적선 8척을 부수는 등 3중 포위망을 뚫고 그나마 남은 전력을 보존해 온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후손들은 특히 배설이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이미 1610년 광해2년 시절에 억울함을 인정받아 공신 자리에 올랐고, 1873년 고종 10년에는 자헌대부 병조판서가 추서됐다는 점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배설의 후손들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영화 상영 중지를 요청하기로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배씨는 "배설 장군은 본인과 아들, 부친, 동생 등 온 가족이 의병을 일으켜 전사하고 공을 세웠다"며 "지금 명량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배설장군을 등장시켜 없는 이야기로 10만 후손들의 마음에 난도질을 하는 것은 범죄 행위이며 옛날에나 있었던 부관참시와 같은 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기록물 전문가는 "영화 속의 배설이라는 인물이 역사적 사실과 많이 다르게 묘사된 것은 사실"이라며 "거북선을 불태우거나 이순신을 암살하려다 실패해 도주하던 중 화살을 맞고 죽는다는 것 등은 없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배설은 칠천량 해전에서 적선 8척을 침몰시키는 등 용맹을 보였지만, 무능한 조정에 대한 실망과 참패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해 전의를 상실한 채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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