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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보고서 55]생존 할머니 증언<17> 최○○·하상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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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보경 기자]#49. 최○○ "맥주공장 취직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끌려가"

1926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최○○ 할머니는 대만의 맥주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가 됐다. 현재 할머니는 5만원짜리 지폐를 보면 "내 때는 돈에 여자 그림(신사임당 초상)이 없었다"면서 쓰레기통에 돈을 버릴 만큼 치매가 심하다. 할머니의 남편은 큰아들이 21세 되던 해 세상을 떴다. 남편과 사별한 후 할머니는 방 두 칸에 부엌 딸린 집에서 두 아들과 함께 산다. 할머니는 당뇨를 앓고 있어 인슐린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고 관절약, 진통제, 영양제 등을 수시로 복용하고 있다. 눈도 침침해 얼마 전 혼자 발톱을 깎다가 생살을 도려내기도 했다.

할머니는 적적할 때 집앞 평상에 나가 앉는다. "늙고 병들면 못 논다카더니 이 모양 이 꼬라지 되고 보니 인자는 데리러 오는 사람도 내한테 놀러오는 사람도 없다." 가족 때문에 감히 세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지만 또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할머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라잉. 그리고는 꼭 다시 와서 통도사에 데려가." 7월27일 기자와 헤어지면서 할머니는 나직이 말했다.
하상숙 할머니

하상숙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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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하상숙 "아이 못 갖게 하는 주사 수시로 맞아"

1928년 충남 서산 출생인 하상숙(87) 할머니가 중국 취업 사기에 속은 건 16살 때였다. 할머니는 중국 적경리(積慶里)에서 기미코라는 이름으로 위안부 생활을 했다. 쇠창살로 둘러싸인 위안소에서 할머니는 하루에 많게는 15명의 일본군인들을 상대했다. 군의관이 설명한 '아이를 못 갖게 하는 주사'도 수시로 맞았다. 해방 후 위안소가 있던 곳에 버려져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현재 중국 우한(武漢)에 정착해 살고 있다.

중국 실태조사 때 할머니를 만난 정신대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하 할머니는 1950년대 말 우한 지역의 조선인들 모임을 이끌었고 위안부 피해자 명단을을 비롯해 여러 문서를 작성해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만난 중국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소원은 두 가지였다고. 첫째는 조국 방문, 둘째는 우리 노래의 카세트를 갖고 싶다는 것. "죽을 때는 고향에서 죽어야 하는데."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머니는 지난해 8월14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51. 하○○ "끔찍했던 위안소 기억 지우려 술에 의지해"

하○○ 할머니의 증언집은 따로 없어서 정확한 동원시기나 장소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하 할머니는 충남 서산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근처에 딸이 살고 있어 이틀에 한 번씩 할머니를 찾아뵙는다고. 당뇨를 앓고 있는 할머니는 지난해 보름 가까이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3년 전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바보가 다 됐다'고 속상해 하는 하 할머니. 저혈압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온전한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어렵다.

지난 4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한 나들이에서 할머니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예전에 우리가 그곳(위안소)에 갔을 때 매일 울고 있으니까 군대에서 보급으로 나온 술을 줬다"며 "그때 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막걸리 한 잔에도 위안소의 기억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사진을 찍고 호박엿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작별 시간이 다가오자 다른 할머니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3년 만의 짧은 만남에 이별이 아쉬워서였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다시 만나자."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은 시리즈 중 계속됩니다.

▶'위안부 보고서 55' 온라인 스토리뷰 보러가기: http://story.asiae.co.kr/comfortwomen/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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