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모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장
하루에 3~4곳 공단 돌며 스킨십경영
[호찌민(베트남)=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베트남 내에서 돈의 흐름이 가장 활발한 호찌민. 베트남의 경제수도에 걸맞게 현지 금융사들간 경쟁도 뜨겁다. 우리, 신한, KB국민 등 국내은행 10곳과 외국계 은행 25개 등 총 40여 안팎의 외국계 은행이 경쟁 중이다. 우리은행 호찌민지점도 그 중 하나다. 김한모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장(사진)은 "베트남은 미국 다음으로 외국계 은행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곳"이라며 "현지 진출한 국내 은행 간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에 업체들 3~4곳에서 공장밥을 함께 먹으며 스킨십을 쌓아 나가고 있다"며 "친분이 쌓이면 초기엔 송금거래나 환전 등의 거래부터 시작한 후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여신을 포함한 신용거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의 개점은 2006년이다.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 지점(1997년)을 낸 것에 비하면 한참 늦었다. 이 곳에선 김 지점장을 포함해 본사에서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4명, 현지에서 채용한 행원 22명 등 총 26명이 근무 중이다.
당시 베트남 중앙은행은 은행법을 개정해 외은지점의 동일인 여신한도를 종전 본점 자본금의 15%에서 지점 자본금의 15%로 대폭 축소했다. 우리은행이 2009년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모 기업에 6000만달러까지 대출을 지원했지만, 지금은 6분의 1인 1000만달러까지 확 줄었다. 현지 국내은행 지점들의 영업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때문에 김 지점장은 궁극적으로 현지화만이 살 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 금융당국의 영업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국내 진출 기업들만을 상대로 한 영업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선진 은행기법을 베트남 현지 문화와 접목시키는 현지화만이 살길"이라고 했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은행들이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속속 전환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지점장이 작년 5월 부임한 후 15개월간 현지화 영업에 집중하면서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모기지(주택자금대출)다. 김 지점장은 "베트남 은행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70% 정도 해 주는데, 베트남 현지은행보다 우리은행의 금리가 좀 싸다"며 "LTV를 50% 선에 맞추고 금리를 좀 낮춘 상품을 우량 고객 위주로 공략하면 어느정도 가능성이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법인인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며 "인가가 떨어지면 지점을 좀 더 늘려 공격적으로 현지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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