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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같은 돈 퇴직연금, 놔둘까 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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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가 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대책에 따라 그간 일시금으로 수령하던 퇴직금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사오정 오륙도에 퇴직금은 생명줄=임금근로자에게 퇴직금은 한 마디로 피와 땀이 어린 자금으로 단순한 돈 이상의 의미다. 50대 중반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경우 이 때는 근로자로서는 임금이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반대로 자녀교육비나 대학등록금, 주택대출상환 등 지출도 가장 최고에 이르는 시기다. 퇴직금은 중년가장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지만 정작 이것저것 쓰다보면 노후에 쓸 돈은 남지 않게 된다.
중간정산이라도 하면 그나마 퇴직후에 건질 돈은 몇 푼 안 남는다. 직장에서 퇴직 후에 재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하면 모를까, 국민연금으로는 먹는 문제만 해결되고 사는 문제, 누리는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갈 갈은 멀다. 공무원, 군인,교사의 경우는 퇴직 후에 직전 임금보다 조금 못미치는 연금을 매달, 그것도 평생을 받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와 비교하면 천당과 지옥 차이. 근로자중에서도 대기업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직 기간에 임금과 복지혜택이 크고 이에 비례해 퇴직금도 많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현재의 일시금 중심의 퇴직금제도를 분납해서 받는 퇴직연금제도 중심으로 바꾸고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에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강제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의무화는 기업의 퇴직연금 적립·운용을 의무화하는 것이지 근로자의 연금 수령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을 도입하더라도 근로자는 수령시점(55세 이후) 일시금 수령과 연금 수령 중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근로자들이 퇴직급여 수령 시점에서 일시금보다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항상 유리하도록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는 연금으로 수령하면 3% 분리과세고 일시금 수령시에는 정률공제로 대부분 퇴직자가 퇴직소득 실효세율이 3% 미만이다.그러나 내년 1월 이후 연금 수령하는 근로자부터는 세액을 일시금 수령시 세액의 70%만 산정해 세금부담을 30%줄여주기로 했다.
◆퇴직연금 의무화됐어도 일시금 수령 가능=웬만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는 이미 퇴직연금제도를 시행중이어서 이곳에 다니는 근로자로서는 특별하게 달라질게 없다. 중소기업은 퇴직연금기금제도라는 새로운 제도가 생긴다.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자산운용정책을 결정한다. 기업에 가입이나 탈퇴의 자유를 부여하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및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하게 된다. 정부는 저소득 근로자(30인 이하 사업장의 월소득 140만원 미만)에 대한 사업주 부담금의 10%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사업주 부담금이 연 100만원인 경우 사업주는 90만원만 부담하면된다. 사업주가 부담하는 운용수수료(적립금의 0.4%)도 절반 깎아준다.

현재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해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퇴직급여 설정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대책이 2016년 이후 시행되면 고용계약기간 1년 미만인 기간제 근로자(100만명 내외) 중 일부가 퇴직급여 설정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적용기준은 추후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퇴직연금 활성화 취지와 기업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다.

퇴직연금을 굴리는 방법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 자산운용행태에 따라 확정급여형(DB형ㆍ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형(DCㆍDefined Contribution)이 있다.

◆안전한 DB형이냐 수익형 DC형이냐=DB형은 근로자가 받을 연금 급여(benefit)가 사전에 확정(defined)되고 사업주가 적립하는 금액이 운용결과에 따라 변동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운용의 수익이나 손실과 상관없이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사업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DB형은 금융회사에 70%정도 적립하고 나머지는 회사 내 적립이 가능하다. 주로 정기예금이나 보험에 투자돼 수익이 낮다. 회사가 파산하면 원금의 60%만 보장받는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기업 파산 등에 따른 근로자의 수급권 침해를 막고자 DB형 사외적립비율을 100%까지 높일 계획이다.

DC형은 사업주의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되고 근로자의 퇴직급여가 적립금을 운용한 실적에 따라 변동된다. 회사가 정기적으로 근로자 개인계좌에 부담금(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을 적립해 주고, 근로자는 적립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다가 퇴직할 때 운용성과에 따라 퇴직급여를 받는다. 수익이 나면 퇴직연금이 늘어나지만 손실이 나면 줄 수 있다. DC형은 대체로 주식형이나 채권형, 혼합형 펀드에 투자되는데 이번 대책에 따라 DC형의 위험자산 보유한도는 40%에서 70%로 상향된다. 지금까지는 '저위험-저수익'이었다면 앞으로 '고위험-고수익'이 된다. 회사가 도산해도 원금은 보장받지만 운용손실 책임이 근로자에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ㆍIndivisual Retirement Pension)는 퇴직금은 물론이고 여유자금을 한 계좌에 모아 다양한 상품으로 키우고 연금으로 받아 노후를 보장해주는 제도다. DB형과 DC형은 자산운용행태여서 퇴직할 때 운용되고 있는 자금을 받으려면 IRP계좌로 받아야 한다. IRP계좌는 개인연금저축과 합산해서 연간 7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는다. 정부는 DC형과 IRP 적립금에 대해 추가로 금융기관별로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해주기로 했다.

◆연금대출 연금상품 다양화=개인연금은 상품이 다양해진다. 정부가 예시로 든 위탁운용형 상품은 가입자와 금융회사 간 사전 약정에 따라 금융회사에 운용상 재량을 부여하는 상품이다. 현재는 직접운용형(가입자 본인 동의하에 운용방법 등 선택ㆍ변경 가능)만 존재한다. 의료비 인출가능 상품은 노후에 의료비 발생 시 적립금에서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상품이다. 사망보험금 선지급 상품은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선지급하거나 사망보험금을 적게 설계하여 높은 연금액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사망보험금 수령보다는 해당 금액을 노후생활자금으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퇴직연금 자산을 활용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금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 관련법에 담보대출 가능사유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주택구입, 의료비, 파산선고 등으로 엄격히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학자금, 긴급생계비 등에도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는 연금 판매에서 운용, 공시까지 단계별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한다. 판매단계에서는 퇴직연금 투자 권유 준칙을 도입해 가입자 위험성향 진단,생애주기별 자산배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운용단계에서는 수익률이 사전에 정한 일정구간에서 벗어나면 즉시 가입자에게 통보하고, 투자한도 대비 위험자산 보유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사전 고지하도록 한다. 또한 사업자별 중장기 누적수익률 공시를 의무화하고 공시범위도 세분화한다. 내년부터는 연금저축 종합포털을 통해 퇴직연금ㆍ개인연금 공시정보를 동시에 조회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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