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테크놀로지로 사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 ?"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함인선 저 '건축가 함인선, 사이를 찾아서'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함인선(새건축가협의회장)은 토종 건축가다. 그동안 함인선은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들며 건축의 본질을 부여잡고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제기해 왔다. 1999년 '건축은 반역이다'(서울포럼 출간)라는 저술을 내놓은 이후 건축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권력과 자본에 대항, 늘상 경종을 울린다.

그는 작년 초 울산 반구대 암각화 전면에 카이네틱댐 건설을 제안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금까지 토목공학에서 문화재 보호 목적의 카이네틱댐 건설은 전무하다. 또한 사회 갈등을 테크놀로지로 해결하려는, 흔치 않은 시도다. 그런 까닭에 최종 결정을 내려야할 행정가와 문화재 담당자는 물론 국민들도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건축가 함인선, 사이를 찾아서"라는 저술을 내놓았다.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달은 책이다. 논란이 있는 만큼 제안의 책임도 자신이 짊어지겠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는 책 출간에 앞서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이라는 저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연이은 대형 사건·사고가 근대성의 부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건축가란 누구인가 ?", "건축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저자가 반복해 온 질문이다. 그리고 대답한다.

"건축은 인문학이자 공학이자 예술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 '사이'에 있다. 이들 셋을 두루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사이'의 정합성을 다루기 때문이다.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못한 건축가는 무엇이든 부족하다. 대신 가난한 그에게는 세상을 명징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부족한 주위의 것을 그러모아 물건을 만드는 임기웅변의 손이 있다. 바로 '브리콜뢰르'(여러 개의 손을 가진 사람)다."

저자는 최근 ‘카이네틱 댐’ 건설과 관련한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문제는 표면적으로 문화재위원회와 울산시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시민들도 합세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문화재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문학적 태도와 식수를 확보해야한다는 토목공학이 의사 소통을 하지 못한 문제다. 서로의 이론 싸움은 감정으로 변질, 해결이 난망한 상황에서 저자의 카이네틱댐 제안이 이뤄진 것이다.
저자는 반구대 암각화 보호가 오랫동안 갈등요인으로 자리잡았던 것은 문화재 문제, 토목 문제, 정치적인 문제로 제각각 보았기에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또한 건축과 기계, 즉 엔지니어의 문제를 동시에 접근할 때 의외의 해결안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암각화 전면에 카이네틱댐을 건설, 갈수기에는 투명막을 내려 암각화를 볼 수 있고, 장마철에는 막을 올려 암각화를 보호하자는 의견이다.

이 책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 사회 갈등 1호로 나선 '반구대 암각화 보호' 문제와 관련, 카이네틱댐 도입 제안과 건축, 구조, 기계, 수리, 암석, 토질, 미기후학에 소음진동학까지 조율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호대책에 대한 보고서의 일종인 셈이다. 여전히 카이네틱댐 건설에 대한 각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다만 현재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론과 적용 등의 문제를 프로젝트 기획, 진행자가 직접 설명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논란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제 저자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는 온갖 비난과 책임을 감수해야 할 판국이다. 여기서 저자가 스스로 논란의 중심으로 뛰어든 이유는 이런 일이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믿어서다.

“내가 건축가를 엔지니어에 대비되는 브리콜뢰르형 작업자로 보는 이유는 건축이 공학에서 예술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건축가는 어떤 문제에 대해 사후적인 해결만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드러나게 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저자에게 있어 카이네틱댐 건설은 바로 ‘브리콜라쥬’적인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본래 이 책은 그간의 건축 작업을 정리한 노트를 포함한다. 저자는 건축가 함인선의 작업 노트를 통해 우리나라 건축계 전반에 걸친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방식, 사회 지도층 또는 기관, 단체 등이 건축이라는 주제와 목적을 중심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한순간에 도시를 지어야 하는 기막힌 한국적 상황속에서 일을 수행해야하는 정치가나 행정가를 비롯한 담당자들,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의 안을 찾으려는 건축가들의 고뇌를 담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건축가는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건축은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알게 한다.

비단 이는 결코 건축가에게만 국한될 문제만은 아니다. 소위 우리 사회의 전문가라고 칭하는 이들이 지닌 함정과 오류, 그리고 각계의 소통 부재, 이로 파생되는 문제로 다가온다. 이에 저자는 의사 소통을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할 철학과 행동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들려준다.<함인선 지음/도서출판 마티 출간/값 1만5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휴식...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 송파구, 포켓몬과 함께 지역경제 살린다 [포토] 건강보험 의료수가 인상분 반영 '약값 상승'

    #국내이슈

  • '머스크 표' 뇌칩 이식환자 문제 발생…"해결 완료"vs"한계" 마라도나 '신의손'이 만든 월드컵 트로피 경매에 나와…수십억에 팔릴 듯 100m트랙이 런웨이도 아닌데…화장·옷 때문에 난리난 중국 국대女

    #해외이슈

  • [포토] 꽃처럼 찬란한 어르신 '감사해孝' 1000개 메시지 모아…뉴욕 맨해튼에 거대 한글벽 세운다 [포토] '다시 일상으로'

    #포토PICK

  • 3년만에 새단장…GV70 부분변경 출시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CAR라이프

  • 앞 유리에 '찰싹' 강제 제거 불가능한 불법주차 단속장치 도입될까 [뉴스속 용어]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