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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KB 경징계로 체면 구긴 금융감독원

최종수정 2014.08.22 11:16 기사입력 2014.08.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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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라는 경징계를 결정했다.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내부통제 부실과 도쿄지점 부당대출에 대한 관리소홀 등에 대한 조치다. 제재심의위는 어제 자정을 넘기며 마라톤 회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9일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는데 제재심의위가 그 수위를 낮춘 것이다. 전체 위원 중 과반을 차지하는 민간위원들이 문제가 된 책임에 비해 중징계는 과도하다며 반대한 결과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이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문제를 놓고 이 행장과 이사회 간에 벌어진 갈등에 대한 통제 책임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제재심의위 민간위원들은 '지주회사 회장이라도 자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임 회장의 항변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주전산기 교체에 관한 이사회 결정에 사후 이의 제기와 금감원 검사 요청 등으로 반발한 이 행장에 대해서도 민간위원들은 중징계는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관련한 문책도 당시 이 행장의 직위였던 리스크 담당 부행장으로서의 책임에 한정해 경징계로 결정했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예고했던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의 경징계 결정으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국민은행이 카드 부문을 분사하면서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개인정보를 넘겨준 행위도 이번에 징계하려고 했으나 제재심의위 안건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렇다. '고객정보 공유는 금융위 승인 사항이 아니다'는 감사원의 지적 때문이었다. 이래저래 금감원은 금융감독 당국으로서의 기본 책무인 조사를 부실하게 했거나 제재 수위에 대한 판단에서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징계에 대한 최종 결정은 금감원장이 내리게 돼 있다. 하지만 제재심의위 결정을 금감원장이 번복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이번 사안의 경우 그렇게 할 명분이나 논리도 부족해 보인다.

금감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감독 업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한층 더 높여야 할 것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으로선 중징계를 면했다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킨 데 대한 경영자로서의 실제적ㆍ도의적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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