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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걸작 한국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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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메밀꽃 필 무렵' 중 한 장면

애니메이션 '메밀꽃 필 무렵'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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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안재훈, 한혜진 감독, 옴니버스로 제작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920~30년대 쓰여진 한국 단편소설 3편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첫 선을 보인다. 이효석, 현진건, 김유정 세 작가의 원작을 고스란히 그림과 영상에 담아낸 작품이다.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으로 잘 알려진 안재훈·한혜진 공동감독의 신작으로, 영화 제목은 소설제목을 따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라고 붙였다.
"뽀로로와 로보캅 폴리, 타요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감성과 이성에 딱 눈떠서 만나는 애니메이션이 제가 만든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이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6일 언론시사회에서 안재훈 감독은 이처럼 얘기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읽어봤거나 들어봤을 단편문학들이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가깝게 다가갔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이다. 그는 "문득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 근대 경성 거리의 모습 같은 문학 속 장면들을 과연 지금 세대들이 이미지로 잘 떠올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번 애니메이션은 달 밝은 밤 솜처럼 하얀 메밀꽃밭에서 늙은 나귀를 탄 장돌뱅이 '허생원'이 늘여 놓는 젊은 시절 만난 옛 처녀 이야기, 추적추적 비 내리는 경성의 인력거꾼 '김첨지'의 운과 비극, 마름의 딸 '점순'과 결혼하기 위해 4년 가까이 우직하게 일하는 데릴사위 '나'의 풋풋한 사랑을 생생히 살려냈다. 우리네 옛 도시와 농촌 풍경, 서정미, 당시 시대상과 함께 구수한 우리말과 시적인 대사 또한 돋보인다.
안재훈 감독

안재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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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감독은 "특히 애니메이션이라는 아이들이 좀 더 아는 척 할 수 있는 장르를 문학을 통해 연결시키면 어른들도 함께 아는 척을 할 수 있어 서로를 이어주는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감독이 진두지휘하는 제작진 '연필로 명상하기'는 이번 작품을 위해 2년 전부터 소설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전체 90분 동안 상영되는 이번 작품을 위해 세편의 작품 당 1년 6개월이 소요됐다. 총 작화 수만 약 7만장이나 된다. 이번 작품에서 '운수 좋은 날'의 경우 원작에서 작가가 구술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인력거, 친구 등의 장치를 동원해 이야기를 끌어갔다. '메밀꽃 필 무렵'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행인의 대사의 경우,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들에 있는 대사들을 차용해 약간의 각색을 더했다. '봄봄'에서는 김유정 작가만의 해학과 풍자를 살리기 위해 '판소리'를 도입, 마치 소설을 읽어주는 듯한 소리꾼 남상기의 도창이 흥을 돋운다.

제작진에는 20명 남짓한 스태프들이 일하고 있다. 이 중엔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배우기 위해 레바논, 미국, 인도, 독일 등지에서 온 젊은이들도 포함돼 있다. 또한 이번 작품 속 인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성우로 유명 배우들과 전문 성우들이 참여했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 역을 성우 겸 영화배우 장광이, '김첨지' 아내 역을 첫 목소리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 류현경이 맡았다.

안 감독은 "외국 영화에 한국의 어떤 장소 또는 한글 간판이 나오면 뭔가 대단하게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을 함께 한 스태프들이 유명한 창작자가 됐을 때에는 그렇게 표면적인 것들이 아닌 전 세계 애니메이션 속에서 우리 문학과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내년 이맘때쯤 단편소설 '소나기', '무녀도', '벙어리 삼룡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소개할 예정이다. "1년에 세 작품씩 꼬박꼬박 해나갈 예정이다. 대한민국의 애니메이터들이 한번쯤 이런 작품에 참여해 자기 손에 우리의 정서를 느꼈으면면 한다." 개봉은 오는 21일.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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