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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세월호 유족 아픔 끌어안는 시복식 되길"

최종수정 2014.08.08 11:50 기사입력 2014.08.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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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국 신부 "유가족들 아픔 끌어안는 시복식, 교회 다운 교회의 리트머스 시험지 될 것"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교황님의 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교회가 먼저 아파해야 합니다. 전 세계가 슬퍼하는 참극을 겪고도 이 눈물을 닦아낼 법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면 교황님이 오시는 의미도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황의 방한이 한국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치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교계 내의 성차별 등 불합리한 행태를 바로잡는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김인국 옥천성당 주임신부는 7일 "교황님이 주시는 가르침의 핵심은 '연민' 으로, 상대방의 처지를 내 것으로 끌어안고 공감하는 것" 이라면서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로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을 어루만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광화문 광장은 200년 전 신앙 때문에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이들이 끌려가던 곳이다"라며 "이 영광스러운 장소에서, 오늘의 순교자라고 할 수 있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시복식 미사를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오늘의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하는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밝혀온 대표적인 '사회참여형' 사제인 김 신부는 한편으로 교황에게 기대는 우리 사회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교황께서 누차 말씀하신 '무관심의 세계화'에 너무 굳어져 있다"며 "교황의 말 이전에 우리 사회, 우리 교회가 먼저 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방한을 통해 교회를 둘러싼 성적 차별과 부조리를 일깨워 줘야 한다는 바람도 있었다. 사목활동, 봉사활동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여성 신도들의 권리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금자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는 "교황님께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사목현장에서나 사회적 발언에 있어서나 여성 신도들은 주체적인 역할보다는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이번에 교황님이 교회에서의 여성의 권리나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 여러 갈등에 대해 강조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주교들이 사제들에 대한 임직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교회 내 부조리에 대해서는 쉽게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교황 방한이 교계 내부의 불합리한 문제들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우리 사회에 각자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있어 교황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길중 한국천주교평신도단체협의회 회장은 "교황 방한이 그와 같은 새로운 사회 만들기 운동의 마중물 역할을 했으면 싶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박인석씨(48)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위로하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한국인들이 종교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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