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잔혹범죄 ‘반창고 대응’이 유사사건 부른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잔혹한 범행수법 자세하게 중계…모방범죄 우려
-근본처방 없이 말로만 강경대응…여론 잠잠해지면 유야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혜영 기자] 국민을 분노와 충격으로 몰아넣는 '잔혹범죄'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초강경 대응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책임자 문책에 나서는 등 여론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에 떠밀려 내놓는 졸속대책이 결과적으로 유사한 사건 재발을 막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슬픔의 관음증' 마케팅=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잔혹한 범행수법이 상세하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폭행을 당했는지, 숨을 거두는 과정에서 어떻게 방치됐는지 상세한 내용을 전하는 것은 물론 신체를 훼손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암매장 수법에 대한 상세한 묘사까지 나오고 있다.

군 검찰과 경찰 조사 내용이 중계방송하듯이 전달되면서 국민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범행 내용에 대한 상세한 전달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더욱 자극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기 때문에 사건 내용 전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편승, 초강경 해법 경쟁= 잔혹범죄 사건의 또 다른 특징은 초강경 해법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공소시효 제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폐지' 주장에 힘이 실린다. 법의 원칙이나 기본은 무시된 채 '철저한 단죄'만이 해법인 것처럼 부각된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누가 더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는지 경쟁한다.
재판을 받기도 전에 여론 재판에 의해 법정 최고형량이 정해지고, 법관은 형식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국민 분노를 해소하는 해법처럼 보이지만 차분한 원인 분석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저해하는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말로만 강경, 여론 잠잠해지면 유야무야=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은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 교체로 이어졌다. 정부도 이번 사건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자 교체는 보여주기식의 행보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011년 김포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는 '군 인권법' 제정을 권고했지만 사실상 묵살당했다. 사건이 터지면 말로는 강경 대응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흘러 여론이 잠잠해지면 유야무야돼버리고 마는 고질적 병폐가 재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인권위는 "개별적인 권리구제 외에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방부 등 정부에 수차례 권고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휘발성 강한 대책, 이유는 어설픈 접근= 정부는 국민 여론이 들끓으면 이를 잠재우고자 무엇인가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게 마련이다. 이번 사건처럼 잔혹범죄가 발생하면 책임자를 문책하고 당사자를 처벌하며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식이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고 해법 역시 치밀한 분석과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서둘러 해법을 내놓다 보면 여론에 부응하는 땜질 처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 일어나면 이 문제가 왜 생겼는지를 살펴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지금은 극약처방식 정책을 만들어 내놓는 것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원인을 분석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