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놀 땐가? 여름 휴가 반납한 간판기업 CEO
선진국 견제하고 신흥국 급성장, 설상가상 정책 배려도 없어 고난길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조강욱 기자, 황준호 기자, 최대열 기자, 김승미 기자] 환율을 비롯한 대내외적인 경영 여건의 어려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견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현지 기업들의 무서운 성장세 등이 재계의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간판 기업 경영진 대다수가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출근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SK, 한화, 대한항공 등 국내 간판기업 최고경영자(CEO)들 대다수가 휴가를 반납한 채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달 초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귀국 2주 만에 다시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주요 거래선 CEO들과 만나며 시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모두 휴가를 반납했다.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3인의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은 통상 사장단 회의를 2주간 쉬는 7월 말~8월 초에 휴가를 떠났지만 올해는 모두 출근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공장은 이번 주 휴가에 들어가며 공장 생산라인은 멈춰서 있지만 정몽구 회장이 지난 5일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경영진 모두가 휴가를 반납했다.
정 회장의 이번 출장에는 김용환 전략담당 부회장과 양웅철 부회장(연구개발담당), 신종운 부회장(생산기술담당)이 동행했다. 노무를 담당하는 윤여철 부회장 역시 올해 노사간 교섭이 진척되지 않고 있는 만큼 업무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처지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각종 현안을 챙기며 휴가 대신 하반기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휴가 기간 중 오너의 출장과 경영진 전원의 휴가 반납에 나선 것은 지난 2분기부터 이상 징후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성장세가 꺾인데 이어 수년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중국과 인도에서 현지 기업들에 1위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현대차는 미국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국내 견제가 본격화됐고 중국, 인도 등 대표적인 신흥시장은 현지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국내 기업들을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취임 후 첫 휴가를 맞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 역시 휴가 대신 현장 방문에 나섰다. 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도 지난달 23~26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 포럼'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도 올해 휴가를 반납했다. 지난 2분기 적자전환의 충격으로 실적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여름 성수기간 여객 증대에 따라 휴가를 반납했다.
총수가 부재중인 그룹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휴가를 떠날 분위기가 아니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부재에 각 계열사의 실적 부진까지 이어지며 지난달 1박2일 일정으로 그룹 CEO들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경영진이 휴가를 반납했다.
한화그룹 역시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CEO 대부분이 휴가 계획을 잡지 않았다. 이 외에 조석래 효성 회장은 재판이 진행 중으로 따로 휴가를 낼 수 없고 이상운 부회장과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도 휴가를 반납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간판 기업들의 오너 및 CEO들 대다수가 휴가를 반납한 사례는 드물다. 임직원들의 휴가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자택에 머물며 경영 구상을 하더라도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경영여건이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고 정부 차원에서 사내유보금 과세 등의 새 정책을 시사하며 하반기 경영 상황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직원들의 휴가 사용은 최대한 독려하고 있다. 비용 절감 때문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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