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임금은 대학을 펼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열아홉살에 대학을 처음을 읽었고 스물 아홉살에 다시 읽었다. 그러나 내 행동을 돌아보니 글 따로 사람 따로(書自書 我自我)이니 마음이 늘 부끄럽다. 주자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한 사람이라도 그 본성을 다한 자가 있으면 하늘이 반드시 그에게 명하여 억조창생의 군주와 스승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세번째 이 책을 읽고 있으나 뜻이 지극함, 마음이 올곧음, 몸을 닦음, 집안을 다스림에 진전이 없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대학은 어맹(논어 맹자)의 각론이나 중용의 심론(深論)에 앞서서 공들여 읽어야할, 옛공부의 총론이다. 그 핵심은 하늘의 뜻을 어떻게 인간이 알아채고 그것을 천하에 펼칠 것인가에 대한 웅장한 커리큘럼같은 것이 아닐까.
마침 인도의 보통사람 성자인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가 놀랍게도 맹자와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구루는 신입니다. 구루는 진짜 나입니다. 구루는 신이 그대 안에 있으니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서 신을 깨달으라고 말해주기 위하여 그대에게 옵니다. 신은 자신에게 복종하는 헌신자를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내면에 있는 신은 그의 은총으로 사랑하는 헌신자를 불쌍히 여기며 헌신자가 성숙됨에 따라 그 자신을 드러냅니다. 구루는 그대가 갖고있지 않은 새로운 것을 줄 수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우리가 진짜 자신을 깨닫지 못했다는 생각을 없애는 것 뿐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진짜 자신입니다. 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맹자와 마하리쉬는 범재(汎在)와 개별존재가 동시에 가능한 하느님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하느님은 하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자아 속에 완전하게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마음을 지키고 본성을 키워 만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요즘 내가 '보편존재와 개별존재가 동시에 가능한' 절대영혼에 관한 생각들을 골똘히 하고 있는데, 이 분들은 어떻게 이렇게 명료하게 그 신념을 쌓았단 말인가. 영조임금처럼 나도 글따로 인간따로인 자신이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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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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