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 따를땐 막대한 자금 투입 불가피, 노사갈등 불씨될 수도…국내 소비자 집단소송 움직임, 경쟁력 약화 우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미국 완성차업체가 한국 자동차 시장을 들썩일 만한 결정을 잇따라 발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맞으면서 현대기아차에게는 치명타를 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지난 주 사측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겠다는 안을 큰 틀에서 수용키로 했으며 구체적인 방안은 향후 노사간 교섭에서 결정키로 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에 사측이 제시한 방안에 맞춰 새로운 임금체계를 짤 경우 생산직종 직원의 초과근로 수당은 현재에 비해 68% 가까이 늘어난다. 퇴직금 역시 9.7%, 연차수당은 7.1% 정도 늘어날 것으로 노조는 추산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큰 가이드라인이 나온 데다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 짓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노사간 갈등의 소지가 남아 있으면 다른 교섭안건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GM의 이같은 설명에도 일부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통상임금을 놓고 교섭중인 현대기아차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GM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현대기아차 노조가 이를 교섭에서 적극 활용하게 되고 이는 노사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노사갈등이 심화돼 파업에 돌입하거나 회사 측이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부담을 지는 것 모두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으로 한국GM으로서는 손해 보지 않은 셈범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완성차업계는 한국GM의 이번 결정을 두고 회사 측이 전향적인 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간 끊이지 않았던 한국 철수설(說)과도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다. GM이 전 세계 각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으로 한국GM의 비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생산물량을 뺄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당시 댄 애커슨 GM회장은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통상임금이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바 있지만 최근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 현대차 가 '한국GM과는 처지가 다르며 현재 진행중인 소송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버티고 있지만 향후 교섭에서 회사가 다소 불리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GM에 앞서 포드가 자사 차량의 연비가 과장됐다며 국내 소비자에게 최대 270만원까지 보상안을 마련한 일 역시 현대기아차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본사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지만 미국 규제당국이 아닌 회사 자체적으로 조사를 거쳐 보상안을 마련, 해외에서 영업중인 판매법인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뒷말'을 낳았다.
특히 포드 한국 판매법인이 이 같은 방안을 발표한 시기가 당시 현대차와 쌍용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연비 재조사 결과발표시점과 맞물리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는 우회적으로 압력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해당 차량을 산 국내 소비자들은 최근 법무법인을 통해 집단소송에 나선 상태며 현대차 역시 보상규모를 둘러싸고 정부와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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