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밀양사태 온다
영화 같은 일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상은 영화에서의 12구역이 아닌 5구역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신경기변전소 부지를 두고 벌어지는 헝거게임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765㎸를 처리하는 신경기변전소 후보지로 경기도 여주(2곳), 양평, 이천, 광주 등 5개 지역을 발표했다.
한국전력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5개 지역주민들이 본의 아니게 '헝거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제2의 밀양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은 앞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물량공세를 벌였다. 각 마을에 냄비, 공구세트 등을 돌렸다. 해당 지역에 있는 학교 등에는 태권도복과 휴대용저장장치(USB) 등을 제공했다. 한국전력 측은 '지속가능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매년 지속가능 활동을 펼치는데 관련 예산도 합법적으로 편성돼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 활동'이라는 게 지역 주민들에게 공짜 물품을 뿌리는 것이라니 어처구니없다.
해당 주민들은 아무 설명도 없는 물품을 반강제적으로 받았다. 이 물품이 신경기변전소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에야 모두 되돌려 줬다. 밀양 송전탑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전력은 변전소나 송전탑 등을 건설할 때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한전의 약속은 공염불이었음이 이번 신경기변전소에서 드러났다. 비공개로 일관한 입지선정위원회 회의, 후보지를 발표해 놓고 헝거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국전력, 지역 주민들에게 물량공세로 본질을 흐리는 구태. 어느 것 하나 투명하고 공개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2의 밀양사태가 벌어질 것은 뻔 한 이치이다.
한국전력은 뒷짐을 진 채 이번 헝거게임을 지켜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신경기변전소에 대한 계획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 갈등만 부추기는 헝거게임은 중단돼야 한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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