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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한국전력의 헝거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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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밀양사태 온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헝거게임(The Hunger Games)이 펼쳐지고 있다. 영화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은 매년 12개 구역에서 각각 청년 남녀 한 명씩을 선발해 게임을 한다. 반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게임은 최후의 한 명이 생존할 때까지 나머지 23명을 모두 죽여야 한다. 가장 비극적이고 첨예한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 같은 일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상은 영화에서의 12구역이 아닌 5구역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신경기변전소 부지를 두고 벌어지는 헝거게임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765㎸를 처리하는 신경기변전소 후보지로 경기도 여주(2곳), 양평, 이천, 광주 등 5개 지역을 발표했다.
입지선정위원회의 여섯 차례 회의를 통해 발표된 후보지이다. 후보지가 발표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입지선정위원회 6차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지역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후보지가 확정되자 해당 주민들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우리 지역은 절대 안된다"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후보지 5군데를 먼저 발표한 것은 '교묘한 전략'의 일환이다. 5군데를 발표해 놓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 정도를 가늠하면서 가장 반발이 약하고 유연한 지역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5개 지역주민들이 본의 아니게 '헝거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제2의 밀양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은 앞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물량공세를 벌였다. 각 마을에 냄비, 공구세트 등을 돌렸다. 해당 지역에 있는 학교 등에는 태권도복과 휴대용저장장치(USB) 등을 제공했다. 한국전력 측은 '지속가능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매년 지속가능 활동을 펼치는데 관련 예산도 합법적으로 편성돼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 활동'이라는 게 지역 주민들에게 공짜 물품을 뿌리는 것이라니 어처구니없다.

해당 주민들은 아무 설명도 없는 물품을 반강제적으로 받았다. 이 물품이 신경기변전소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에야 모두 되돌려 줬다. 밀양 송전탑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전력은 변전소나 송전탑 등을 건설할 때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한전의 약속은 공염불이었음이 이번 신경기변전소에서 드러났다. 비공개로 일관한 입지선정위원회 회의, 후보지를 발표해 놓고 헝거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국전력, 지역 주민들에게 물량공세로 본질을 흐리는 구태. 어느 것 하나 투명하고 공개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2의 밀양사태가 벌어질 것은 뻔 한 이치이다.
박근혜정부는 국무조정실(실장 김동연)에 갈등관리지원관까지 두고 선제적 갈등관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주민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여전하다. 선제적 갈등관리는 실종됐다.

한국전력은 뒷짐을 진 채 이번 헝거게임을 지켜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신경기변전소에 대한 계획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 갈등만 부추기는 헝거게임은 중단돼야 한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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