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애초부터 꼬인 매듭에 대안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을 유임했다. 협회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나온 허정무 부회장(59)의 답변은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성적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퇴가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홍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 한국 축구에 남긴 기쁨과 희망을 고려해야 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그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협회는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감독 두 명을 교체했다. 마땅한 대책 없이 조광래 전 감독(60)을 경질한 뒤 후임자를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했다. 극구 사양하던 최강희 전 감독(55)을 억지로 사령탑에 임명하기도 했다. 최종 예선까지만 팀을 이끌겠다는 시한부 조건이었다. 1년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이 홍 감독이 실패한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도 협회가 자초한 결과다.
허 부회장은 일련의 과정이 전임 집행부 때 벌어진,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점을 에둘러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현 대표팀의 부진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홍 감독의 유임이 장기적인 대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은 협회의 현 집행부와 홍 감독에게 사활이 걸린 중요한 시험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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