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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추억 속의 철도, 진화하는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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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강팔문, 
한국철도협회 상임부회장</b>

강팔문, 한국철도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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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이 노래 가사는 가수 나훈아의 고향역이라는 유행가의 일부분이다. 작곡가인 임종수씨는 고향인 전라북도 황등에서 익산까지 기차로 통학하던 추억을 토대로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필자 또한 익산에서 중고교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기차로 통학을 하던 친구들로부터 기차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많이 들으며 성장했다. 어떤 여학생과 인연이 통학기차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하며, 사소한 그러나 그 시절에는 중요한 자존심이나 영역의 침입 등의 일로 기차 안에서 벌어진 싸움이야기, 간혹 일어날 뻔한 인명사고를 막아 낸 영웅적 이야기. 지나간 세월 속에서 그 이야기들은 전설처럼 아련한 추억의 뒷장에 남아 있으나 필자는 익산시내에 살았기 때문에 직접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추억을 이미지화하여 용산에서 춘천까지의 급행열차를 ITX청춘열차로 부르고 있으니 정말 멋진 네이밍이다. 낭만과 여유로움의 기차는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되고 진화되어 왔다. 땅속으로 가서 지하철이 되고(GTX까지 논의되고 있다) 승객이 적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전철이 되고, 도심 중앙을 위로 달리며 관광도 할 수 있도록 모노레일이 되었다. 또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기 위해 속도를 높여 KTX가 되었다. 이용하는 사람을 보다 많이 끌어 오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요즈음은 기차를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자동차의 28분의1 밖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안 된다고 한다. 시베리아나 중국, 미국, 캐나다, 남미와 같이 대륙을 횡단하는 초장거리 여행이나 물류운송에는 도어 투 도어로 편리성을 자랑하는 자동차로는 불가능하거나 너무 힘이 드니 기차의 인기는 차츰 커지고 있다. 물론 항공기가 있으나 중간 기착지에 멈춰가면서 사람과 물건을 필요한 곳에 적절히 내려놓을 수 없으니 기차는 자동차와 항공기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역할도 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는 정찬주 작가의 수필집이 있지만 철도가 끝나는 곳에는 도시가 있다. 초창기 철도는 마차를 대신하는 운송수단으로 시작했다. 마차를 안전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레일을 깔고 그 위를 마차 바퀴가 굴러가도록 했던 것인데 말 대신 증기기관차가 역할을 대신하며 마차의 레일은 기차의 레일로 사용되었다. 기차와 레일 중 무엇이 먼저 만들어졌는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차는 도시를 키워 더욱 많은 사람을 도시 속에 살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도시는 산업발전의 중심이 되고 혁신의 핵이 되고 문화와 패션 등을 발전시키는 힘을 제공했다.
기차는 레일을 깔고 그 위에 신호체계와 동력전달체계를 설치하고 전동차를 운행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도로만 놓아주면 개인이 구입하여 이용하는 자동차와는 비교가 안 되게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어느 정도 수요가 보장되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차가 출발하는 곳, 끝나는 곳은 그 규모에 있어서 차이는 있겠지만 도시일 수밖에 없다.

눈 속이나 강한 비바람을 뚫고 달릴 수 있는 기차의 매력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비롯한 대륙 간 철도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거기에 가속화되고 있는 속도 경쟁은 이제 시속 400㎞를 넘고 있으니 속도 면에서도 항공기를 곧 따라 잡을 기세다. 그 진화의 속도는 무서우리만큼 빠르다. 기차는 이제 대륙을 넘어 전 세계를 빈틈없이 연결하여 철도만으로 세계여행을 할 날이 곧 올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이러다가 우주공간을 철도로 여행할 날도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

우주선 뒤로 승객과 화물칸이 이어져 있고 무궤선으로 달리는 우주열차. 몽상적 이야기로 가득했던 은하철도999드라마의 주제가가 들리는 듯하다. "기차가 어둠을 뚫고서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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