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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1. '너섬 1번지' 국회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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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시리즈 Story #1. 국회의 역사

"너도 섬이냐?"

섬은 섬인데 모래밖에 없다 해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하는데 이런 비아냥 섞인 말이 그대로 굳어져 '너섬'이 됐고, 이를 한문으로 옮겨 '여의도(汝矣島)'가 됐다. 그리고 1975년 그 섬 1번지에 국회가 들어왔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옛 주소 체계).' 크고작은 건물 10여동에 사무처, 도서관, 입법조사처 등 예하 기관을 두고 있다. 상주인력은 총 4000여명. 대한민국 국회의 지정학적·물리적 설명은 이처럼 단 몇 줄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 미치는 정치·경제·사회적 위상은 간단히 정리되지 않는다. 6·25 전쟁, 4·19 혁명, 5·16 군사정변 등과 '사사오입' 개헌, 유신헌법 제정, 대통령 탄핵 등 안팎으로 굵직한 사건이 이곳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너섬 1번지' 대한민국 국회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곳을 안다고 하지만 정작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의회 민주주의의 초석을 만들고 발전시켰지만 반목과 비상식적 일탈로 뭇사람들의 원성과 질타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애증이 교차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공과를 떠나 국회가 의회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국민의 삶에 건강한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에 본지는 우리 국회의 역사, 기능과 역할 등 사소한 궁금증부터 국회 안팎의 사람들, 그 기능과 역할, 국회 안 여러 장소에 숨겨진 코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회를 온전히 해부하고 차분히 들여다보는 빅시리즈 '국회 다시보기'를 마련했다. 오늘부터 매일 2회씩 열흘간 총 20회에 걸쳐 싣는다. <기획취재팀>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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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여의하류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을 두고 한 풍수학자는 "뱃머리에 뱃사공들이 몰려있는 격"이라고 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듯이 국회의원들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은 뱃머리(국회의사당)에서 서로 선장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그렇다." 과연 그럴까. 그의 설명처럼 지금까지 국회는 '화합'보다는 '갈등', '소통'보다는 '불통'의 이미지가 강하다. 국회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키는 구태가 해마다 반복되는 것도 현실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비상식적인 언행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희화화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만큼 국회가 과거에 비해 탈권위적으로 바뀌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국회의 대립상(相)은 크게 보면 양당 체제에 근거한 긴장관계의 표출일 수 있다.

비록 국민의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하더라도 66년의 국회사가 퇴보만 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청문회 도입 등은 그간 국회가 걸어온 발전상(相)의 한 예다. 한명 한명이 하나의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마냥 조롱과 비아냥거리로만 치부하는 것이 온당한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국회는 3권분립의 원칙하에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믿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올곧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국회 스스로 말뿐이 아닌 실제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고, 품격을 갖춘 국회가 되도록 국민들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더라도 차분하게 국회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국회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국회가 여의도에 터잡기까지= 1948년 문을 연 제헌국회는 새롭게 탄생한 민주공화국의 기틀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11번의 이사 끝에 여의도에 자리잡기까지 의사당 이전사(史)만으로도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제헌국회 때 중앙청(철거된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의사당으로 사용하다 한국전쟁으로 전선에 따라 대구문화극장, 부산문화극장, 경남도청 무덕전 등을 전전하던 국회는 정부가 환도된 1953년 9월 중앙청으로 갔다가 이듬해 6월9일 다시 태평로의사당에 정착했다.

그러나 태평로의사당 시절 국회는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과 보안법 파동, 오물 투척 사건 및 변칙 날치기 법안 통과 등 숱한 오점을 남겼다. 1975년 당시 이호진 국회사무차장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건물(태평로의사당)이 극장으로 건축돼서인지 지난날의 국회 운영도 사뭇 드라마 같은 파란으로 일관됐다"고 회고하고 있다. 중요 법안이 변칙 처리된 적도 많았다. 6대 때 장경순 국회부의장이 본회의장 구석에서 예산안을 손바닥으로 쳐 통과를 선포했다. 1969년 3선 개헌안이 이곳 제3별관에서, 1971년 보위법이 제4별관에서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되기도 했다. 9대에 들어서도 형법개정안이 식당에서 통과되는 등 국회 본회의장 밖에서 법안이 변칙 처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3대 국회부터 21년간 태평로에 있었던 국회가 여의도에 터를 잡은 것은 1975년. 새 의사당 건축은 국회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는데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자유당 말기에 남산에 후보지를 물색해 기공식까지 가졌으나 백지화되고 1969년 현재의 여의도 부지로 확정됐다. 그해 7월17일 제헌절을 맞아 기공식을 갖고 총 135억원의 공사비와 연인원 1백만명이 투입돼 착공 6년 만에 완공, 1975년 9월1일 준공식을 가졌다. 이른바 육속화(陸續化)로 서울 도심을 한강변으로 옮긴다는 1970년대 초반 서울 건설의 기본방향에 따라 당시 사토(死土)나 다름없던 여의도 개발 토목공사에 투입된 공사비가 총 338억원이었으니 의사당 신축 공사비는 여의도 전체 개발의 약 40%에 이르는 규모였다.

당시 신문들은 여의도 의사당 준공을 대서특필 하면서 "21년간 오욕으로 점철된 태평로의사당 시대가 새로운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약 40년 전의 이런 기대에 국회가 얼마나 부응했는지는 의문이다.

◆의사당 이전사 만큼 헌정사도 파란만장= 대한민국 66년 의정사는 파란만장했다. 9번의 개헌 중 3번만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통과됐고 나머지는 정권 창출과 연장을 위한 수단이었다. 대통령과 국회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국회가 해산되거나 권한이 약화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표 참조>

▲개헌의 역사

▲개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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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10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 첫 실시된 총선거에는 유권자 95.5%가 투표에 참가해 임기 2년의 국회의원 198명을 선출했다. 같은 달 31일 제헌국회 개원식이 거행됐다. 그러나 순조로울 것 같았던 국회에 부산정치파동이 발생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가 이에 반대하면서 양쪽은 정면으로 대립했다. 내각책임제 개헌에 반대하는 관제 데모가 잇따랐고 이른바 '백골단' '땃벌떼' 등 폭력단이 국회해산을 요구하며 국회를 포위하기도 했다.

1958년 발생한 이른바 보안법 파동 때 비판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국회에 경위권이 발동됐다. 자유당은 300여명의 무술경위들을 동원, 농성 중이던 의원들을 끌어내고 자유당 단독으로 30분 만에 관련법을 무더기 통과시켰다.

1960년 4·19혁명의 여파는 또 한 번 국회를 뒤흔들었다. 1인 독재의 폐해를 경험한 국민은 내각책임제 개헌을 부르짖었다. 버티기 힘들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4월27일 대통령직을 내려놨다. 8대 국회도 암흑의 시기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10월유신'을 단행, 국회해산을 선포하면서 정당 및 정치활동이 전면 중지됐기 때문이다. 이 탓에 헌법 일부기능이 멈춰섰고 8대 국회는 1년3개월 만에 해산되는 비극을 맞는다.

13대 국회에 이르러 의정 사상 최초의 청문회가 열린다. 신군부의 등장 배경 및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과거사의 진실 규명을 위한 것이었다. 문민정부시대에 출범한 14대 국회 땐 30여년 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했다.

1995년 6월27일 지방의원(광역·기초)선거, 지방자치단체장(광역·기초)선거 등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됐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5대 국회 땐 헌정 사상 최초로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며 16대 국회에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제헌 60주년을 맞아 엄숙하게 출범한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국회 본회의장에 전기톱과 해머, 소화기와 최루탄까지 등장해 해외 유수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4대강사업, 미디어렙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까지 여야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5000만의 삶 좌우하는 4600명의 일터=5000만명의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는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곳이지만 그 자체를 일터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전면에 나서 나랏일을 살피는 정원 300명의 국회의원를 제외하더라도 의원 개개인을 직접 보좌하는 보좌진이 2000여명. 여기에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국회사무처·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도서관·국회 경비 등 국회 직원이 1900여명, 비정규직 청소·시설관리·조경 담당자 400여명을 포함하면 매일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은 4600명이 넘는다. 이처럼 국회 안에는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국회의원과 국가 공무원, 비정규직 근로자 등 서로 다른 신분이 섞여 있다. 국회를 일터로 삼는 사람을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그 수는 농심이나 한화생명보험의 직원 수와 비슷하다.

국회의 살림살이는 어떨까. 지난 한 해 국회가 쓴 돈은 총 515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8% 늘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787억원(54%)이 인건비로 지출됐다. 또 예산의 쓰임새로 보면 인건비·경비 등 국회행정 경비(3052억원) 외에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데 1016억원, 국회사무처 운영에 898억원이 쓰였다. 국회도서관 운영비에도 176억원을 사용했다. 재무제표상 국회의 총 자산은 2조6724억원으로 자산 규모만 따지면 재계 순위 204위인 태광산업과 비슷하다.

그러나 국회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하면 일반 기업과 견줄 대상이 아니다. 가계와 기업 등 각 경제주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가 바로 서야 국민이 편안하고 나라가 바로 선다는 평범한 진리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하다. 글머리에 언급한 풍수학자는 평소 "명당은 따로 없다"는 지론을 펼친다. 결국 "명당은 그 땅을 이용하는 사람이 만든다"는 것이다. 국회가 그 이름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회가 되느냐도 결국 그 안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국회의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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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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