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식 作

박인식 作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땅 위 아래 사방으로 뻗는 나뭇가지가 보인다. 지구처럼 둥근 원 안으로 나무뿌리들은 양옆으로 길게 동일한 패턴을 그리며 나아간다. 원 밖에는 크고 작은 원들이 알록달록한 색깔을 뽐내며 떠다닌다.


우주 법계(法界)의 온갖 덕을 망라한 진수(眞髓)를 그림으로 나타낸 불화(佛畵)의 하나인 만다라(曼茶羅)를 차용한 그림이다. 만다라는 끊임없이 생성·반복되는 무늬로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담아낸다. 산스크리트어의 음역어로 '본질(manda)을 소유(la)한 것'이란 뜻이다.

세 번째 개인전을 여는 박인식 작가의 작품은 이처럼 화려한 만다라 기법으로 독특한 그림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업보의 나무-낮’ ‘업보의 나무-밤’ ‘또 다른 도시’ 등 1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모두 독특한 패턴과 규칙있는 움직임을 보여주면서도 음양오행의 오방색을 띠고 있다.

박인식 作, 업보의 나무-밤

박인식 作, 업보의 나무-밤

원본보기 아이콘

박인식 작가는 “이 세상의 유형과 무형의 만물은 그 성질을 우주에서 가져왔다. 하드웨어인 육신과 소프트웨어인 생명 그리고 영혼조차 우주에서 비롯해 우주로 돌아가는 생성, 소멸과 재창조의 과정을 되풀이한다”면서 “내 주변에는 온통 우주적인 인간들이 각자의 코스모스에서 살아가고 나는 그들과 원자적 상호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불교의 영기화생(靈氣化生, 신령스러운 기운이 나타난다)을 담았다고 한다. 최근 작가는 세월호 참사에서 비롯된 생명 근원에 대한 깊은 상념과 진지한 물음을 던졌고, 이와 같은 작업을 구상했다.


이번 전시의 발문을 쓴 박시우 시인은 "박인식이 추구하는 탄생과 소멸은 언뜻 불교적 허무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사람, 사회, 세계와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과정"이라며 "그의 눈에 비친 일상의 소소한 사물이나 나무, 달, 별, 구름 등과 같은 자연물은 제각기 다른 신령스런 우주들"이라고 설명했다.

AD

그림에 담긴 불가의 영기화생(靈氣化生)을 상징하는 패턴, 영기문(靈氣紋)은 고구려 미술의 원류이기도 하다. 중국과 그리스 미술에도 나타나는 생명의 보편적 개념이다. 작가의 그림은 오방색을 원색으로 삼고 중간색으로 고분 벽화처럼 빛바랜 색이 입혀져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뫼비우스의 오픈 기념 초대전이기도 하다. 위안부 소녀상으로 잘 알려진 김운성 조각가가 화랑을 차렸다. 김운성 관장은 "돈을 생명보다 우선시 하는 탐욕스런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기 위해 생명 근원에 대한 그림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박인식 작가를 초대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21~30일. 서울 종루구 중학동. 010-8870-6463.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