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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친고죄 폐지 1년…신고 늘어도 '무혐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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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사범 접수 및 처분 현황 출처: 검찰청

▲성폭력사범 접수 및 처분 현황 출처: 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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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고죄 폐지 1년 동안 불기소 '혐의없음' 처분 증가
-반면 피해자 무리하게 무고로 수사하는 경우도
-여성단체 "성폭력 여부, 피해자 입장에서 봐야"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성범죄 피해자만 고소를 할 수 있다는 친고죄 조항이 폐지된 이후 1년 동안 신고 건수가 크게 늘어났지만 '혐의없음' 처분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경찰에 신고된 후 검찰에 접수된 성범죄 건수는 성범죄법이 개정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만9635건을 기록, 전년 동월 2만4352건에 비해 21.7% 늘었다.
유사강간·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등 새로운 성범죄 항목이 신설된 데다 친고죄 폐지로 전체적인 신고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6월19일 법무부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거나 합의하더라도 처벌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기소 건수는 1만260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9% 늘었으며 불구속기소 건수는 1만93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 늘었다. 성범죄법 개정 뒤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지는 '구속구공판'은 전년 동월 대비 2.1% 줄어든 반면 '불구속 구공판'은 153.6% 급증했다. 같은 기간 피의사실이 경미해 약식명령을 내리는 구약식 처분은 49.5% 감소했다.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따른 무혐의 처분도 늘어났다. 친고죄 폐지 후 1년간 불기소 처분을 받은 1만935건 가운데 '혐의없음' 처분은 4799건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80%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잠자리 후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하자 성폭행 신고를 한 여성이 적발돼 무고혐의로 징역 10개월 선고받기도 하는 등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하는 건수는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가 형량 감소 외 아무런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소송조건이 없을 경우 기소하지 않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69.3% 급감했다. 기존에는 합의하면 소송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수사기관이 계속 수사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떻게든 결과를 내놔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무고한 '무고 피의자 여성'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여성의 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여성 A씨가 무고죄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과 관련, "검찰이 성폭력이라는 혼란상태 속인 것을 감안하지 않고 세세한 부분에 대한 기억을 문제 삼고 있다"며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형량이 전반적으로 강화되자 수사기관이 피해자 여성들에게 정황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전에는 종결 처리되던 사건을 어떻게든 결과를 내놔야 하다 보니, 불기소처분 후 피의자들에게 무고혐의를 적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등 제3자가 고발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검찰이 불기소한 경우에 피해여성이 항고하기도 어려워졌다. 검찰이 혐의가 있지만 공소를 제기할 필요가 없을 때 기소하지 않는 '기소유예'는 성범죄법 개정 이후 무려 248.4% 폭증했다. 피해여성들은 검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불기소가 되더라도 마땅히 항소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여성단체들은 무리한 합의가 사라지고 성범죄 은폐 가능성이 차단되는 등 친고죄의 장점은 인정하면서도 수사기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백미순 소장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왜 이게 성폭력인지 공감하지 않으면 성폭력 범죄는 보이지 않는다"며 "수사·사법기관의 인식이 전환되고 제도적 보완이 면밀히 검토되야 친고죄 폐지의 진정한 효과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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