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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닮은 고양이를 찾아보는 재미…6년만에 내한한 뮤지컬 '캣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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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혀

캣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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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뮤지컬 '캣츠'에는 재밌는 전통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리허설 기간 중에 배우들에게 고양이 꼬리를 하나씩 주는 것이다. 배우들은 캐릭터에 맞게 각자의 꼬리를 마음껏 꾸밀 수 있는데, 장기간의 연습 기간이 끝나고 나면 어느 새 꼬리는 몸의 일부가 되어 있다. 나머지 하나는 매 공연마다 고양이 분장을 배우들이 직접 하는 것이다. 별도의 분장사도 없다. 배우들은 분장 과정을 '인간에서 고양이가 되는 신성한 의식'이라고 부른다. 분장이 끝난 배우들은 그때부터 사람처럼 말도 할 수 없다.

이런 전통 덕분에 '캣츠'의 배우들은 완벽한 고양이가 된다. 손을 반쯤 오무린 채 고양이처럼 기어다니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몸을 긁고, 꼬리를 흔들며 뒷발을 찬다. 어느 순간부터 배우들이 고양이로 보이는 마법의 순간이 찾아오면, 그 때부터 '캣츠'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캣츠'의 협력안무가 에마 델메니코는 "배우들은 고양이처럼 기어서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해야 했다"고 설명한다.
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4대 뮤지컬로 손꼽히기도

'캣츠'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작품을 만든 이는 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1977년부터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T.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다가 음악을 입히는 작업을 시작했다. 모두가 만류하던 작품이었지만 공연계의 '미다스의 손'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합류하면서 제작에 탄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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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 건 1981년 영국 런던 뉴런던씨어터에서였고, 이듬해에는 미국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브로드웨이 윈터가든 극장에서 '캣츠'는 1981년부터 2000까지 무려 7485회나 무대에 올려지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2006년 '오페라의 유령'에 의해 깨졌는데, '오페라의 유령'의 7486회차 공연에서는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가 오페라의 유령에게 지휘봉을 넘기는 상징적인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하반기 유일한 내한공연...객석을 사로잡는 고양이들

공연이 시작되고 막이 오르면 어스름한 조명 사이로 무대 뒷면을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와 깡통, 타이어 등이 보인다.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실제 크기보다 최대 10배까지 부풀려 제작된 소품들이다. 이윽고 하나둘 등장한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은 '젤리클 송'에 맞춰 춤을 추며 1년에 한 번 있는 자신들만의 축제를 벌인다. 축제의 백미는 '올해의 고양이'를 선발하는 데 있다. 여기에 뽑히기만 하면 천국으로 보내져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은 한 마리씩 나와 저마다의 사연을 들려주고, 매력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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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캣츠'는 이야기 구조가 중요한 작품은 아니다. 고양이 각각의 캐릭터와 거기에 얽힌 독립적인 에피소드들이 나열되는데, 관객들은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 자신의 모습과 닮은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책임감이 강한 고양이, 인기가 많고 반항적인 고양이, 마법사 고양이, 장난기 많은 능청스러운 도둑 고양이 외에도 부자, 악당, 흉내쟁이 등 인간을 빗댄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그 중에서도 '캣츠'의 상징과도 같은 고양이가 바로 '그리자벨라'다. 한때 아름답고 매혹적인 자태로 젤리클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다른 고양이들의 배척을 받는다. '그리자벨라'가 회한에 잠겨 부르는 노래가 그 유명한 '메모리(Memory)'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배우 에린 코넬이 메모리를 부르자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또 어린 고양이가 '메모리'의 일부를 우리 말로 불러주는 대목도 깜짝 등장한다.

장난기 가득하고 호기심 많은 고양이들은 시시때때로 객석을 침범해 인간들을 놀라게 한다. 2막이 시작되기 전 관객석을 장악한 고양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캣츠'의 또 다른 묘미다. 무엇보다 "앞으로 길을 가다 고양이들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을 걸어보라"는 대사처럼, 공연을 보고나면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8월24일까지. 사진 설앤컴퍼니 제공.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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