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세기의 특허전쟁'을 진행 중인 삼성·애플이 최근 미국에서 나란히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 관련 항고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3년 넘게 이어진 양사의 특허분쟁을 합의로 이끌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독일의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 삼성이 애플 특허 2건을 침해했다는 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취하했다. 애플 역시 이튿날 같은 판정에 대한 항고를 취하했다.
삼성전자는 항소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피항고인인 ITC와 다른 소송참가자인 애플과 협의(confer)했다"며 "양쪽 모두 자발적인 소송 취하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의 항고 취하는 ITC의 (삼성 제품) 수입금지 명령이 유효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하며 역시 항고를 취하했다.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특허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공식적으로는 (삼성 제품의 수입금지 명령이 유효하다는) 애플의 지적이 맞다"면서도 "상업적인 의미로는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ITC 분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항고 취하에 대해 3년여를 끌어온 양사 간 특허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하기 위한 제스추어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애플은 지난달 16일 구글과 공동 성명을 내 "양사 간 직접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애플은 구글과의 합의가 삼성과의 소송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못박았으나, 업계에서는 삼성과의 분쟁 역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해왔다.
뮐러는 "만약 삼성과 애플이 어떤 종류의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론적으로 애플은 삼성이 침해한 것으로 인정받은 '스티브 잡스 특허'와 관련한 추가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며 양사가 어느 정도 합의에 성공했을 거라는 점을 시사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