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농성장 철거 강행…주민들 분뇨 뿌리며 저항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밀양시ㆍ경남지방경찰청 등 행정당국이 11일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을 철거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에 전격 돌입했다. 여론의 눈치를 보던 당국이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철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밀양시는 이날 오전 6시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장동마을 입구에서 행정대집행 영장을 농성 주민들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측에 제시하고 농성장에 대한 본격적인 철거에 돌입했다. 밀양시와 경찰은 오전에 부북면 평밭마을(129번)ㆍ위양마을(127번) 등 3곳의 농성장을 철거했으며 오후에는 단장면 용회마을(101번)ㆍ상동면 고답마을(115번) 농성장에 대한 행정대집행도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남은 농성장에서도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구덩이를 파고 쇠사슬을 준비하는 등 철거 작업을 막기 위해 강력한 저항을 예고하고 있어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오전 6시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되면서 당국과 주민ㆍ시민사회단체 회원 간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장동마을 입구에서는 반대 주민들이 분뇨를 뿌리는 등 거센 항의에 나섰고,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 건설 예정 부지 인근에서는 수녀들 역시 스크럼을 짜 강제 철거를 막는 등 격렬한 저항이 이어졌다. 이렇듯 충돌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ㆍ시민단체 회원들이 연행되거나 부상당하는 일도 빚어졌다. 대책위 측은 현재까지 5명의 반대 주민과 수녀들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전력ㆍ밀양시 측은 농성장들을 불법시설물로 규정하며 4월께 철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이어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서 행정대집행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게다가 밀양 송전탑 건설의 원인인 신고리 3호기는 품질 서류 위조ㆍ성능 시험 불합격 등으로 준공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전격 철거에 나선 것은 당국이 대화 노력은 포기한 채 지방선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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