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애인, 고졸이하 장병들 "형평성 어긋나"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국방부가 군복무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이른바 '군복무 학점 인정제'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복무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 차원에서 이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성계, 장애인, 고졸 이하 장병 등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국방부에 따르면 대학에 다니다 군복무를 마칠 경우 교양이나 일반선택 과목에서 9학점을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남자 대학생 대부분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1999년 '군 가산점제' 폐지 이후 군 복무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박탈감만 커졌다며 국가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체 병사 45만2500여명의 약 85%가 대학생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제도가 현실성과 실효성을 적절히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과 여성 등 군 복무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며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인권위에서조차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군 가산점제'를 교묘하게 부활시키려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학업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졸업하고 군대를 가야 하는 경우엔 혜택을 못 받는 등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정책실장은 "군인들의 월급을 올려주거나 군대 환경 등을 개선해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지 이렇게 일부 사람만 해당되는 보여주기식 제도 도입은 옳지 않다"며 "만약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군대 내에서도 학력차별이 심해져 박탈감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정책실장은 이어 "군대 내에서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학점만 던져주는 것은 오히려 사회 진출에 도움이 안된다"면서 "여성과 장애인, 졸업 이후 군대를 간 사람들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양 과목의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단결력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군사 훈련을 대학 학점으로 전환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방부가 추산한 9학점은 상당히 많은 학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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