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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민주화 운동의 펜' 강은기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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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회관에서 출판기념회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주화운동의 펜'을 자처한 고(故) 강은기(1942-2002) 세진인쇄 사장의 삶을 다룬 평전이 나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2년 만이다.

강씨는 민주화 운동 시기 신군부의 계엄 통치하에 어느 곳에서도 인쇄를 꺼렸던 '불온 유인물'인 YH무역 여성노동자 투쟁기, 동아특위 소식지, 민청련·민통련 기관지 등의 인쇄를 도맡아 '민주화 운동의 펜'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진보적인 기독교인이었던 강씨는 '사회의 구원이 없이는 개인의 구원도 없다'는 인식 하에 민주화운동 주역들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당시 운동권 인사들은 "강씨가 없었다면 그 많은 유인물 제작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964년 인쇄업에 뛰어들어 1972년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에 세진인쇄를 차린 강씨는 독재정권의 삼엄한 감시를 피하기 위해 직원들을 퇴근시킨 뒤 다시 인쇄소로 돌아와 활자를 뽑고 교정 작업을 거쳐 인쇄·제본까지 홀로 해냈다. 각종 시국선언물, 광주항생 화보집 등이 그의 손을 거쳤고, 당시 세진인쇄는 '운동권 소굴'이라고 불렸다. 그러다보니 늘 경찰의 감시망이 강씨를 따라다녔다. 1980년 '김재규 항소 이유 보충서'를 인쇄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연행과 구속을 반복하면서 '수사 기관에 가장 많이 연행된 사람'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인 박형규 목사는 "1974년 첫 책 '해방의 길목에서'를 내던 당시 출판사에서 원고가 압수되고 아무도 인쇄할 엄두를 내지 못할 때, 강은기 사장이 구속될 각오를 하고 자신의 인쇄소에서 책을 냈다"며 "자신의 이익보다는 대의를 앞세운 용감한 의인"이라며 고인에 대해 추억했다. 한승헌 변호사 역시 "어수선한 을지로 인쇄소 골목, 수상하게 썰렁한 그 좁디좁은 공간에서 감히 천하의 독재자와 맞섰던 '불온문서' 아지트의 전사였다"고 전한다.

강씨는 2002년 11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 마석 모란공원 민주인사 묘역에 묻혔다. 이번 평전의 저자는 2008년 시집 '그의 눈길'과 한시집 '귀향여로'를 출간한 김영일 시인이다. 저자는 강씨가 투병중인 2002년 병상에서 구술한 내용과 주변인물 인터뷰 등을 엮었고, 지난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민주인사 평전사업에 선정되면서 이번 평전이 나오게 됐다. 출판기념회는 11일 오후 6시30분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다.
(강은기 평전 / 김영일 / 자유문고)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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