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현지시간)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디플레와 더딘 경기회복을 끝낼 드라기 총재의 결단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드라기 총재가 포르투갈 리스보아주 신트라의 ECB 포럼에서 "디플레 위험을 잘 알고 있다"면서 "물가가 목표치 수준까지 오를 수 있도록 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게 가장 강력한 예고였다. 이는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나 다름없었다.
드라기 총재가 디플레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유로화 강세가 바로 그것이다. 유로화 강세는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수출증대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물가를 끌어올리려면 유로화 약세가 필요하다. 금리인하로 경제상황에 비해 고평가된 유로화 가치를 하락시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ECB의 특단 대책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ECB 포럼에 참석해 "유럽이 일본식 디플레에 빠져 있다"고 경고한 뒤 ECB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현재 0.25%인 기준금리(재할인률)를 0.1%로 인하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마이너스 예금 금리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장기저리대출(LTRO)을 통한 유동성 공급 가능성도 크다.
관심 대상은 ECB가 미국의 양적완화 같은 자산 매입에 나설까 하는 점이다. 2010~2012년 ECB도 문제 국가의 국채 매입으로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한 바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라는 패키지를 고려해볼만하다고 ECB에 조언했다. 하지만 규모나 시기에서 ECB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CB 내부에서조차 중소기업 대출 확대 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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