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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대책 1년…숫자는 불었고 실력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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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규모 두자릿 수 증가에도 질적 퇴보 우려 커져
벤처 생태계 조성 시급…회수·재투자 환경 척박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조슬기나 기자]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벤처창업 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갈 길이 멀다.
대책 발표 후 벤처 투자규모가 두 자릿수 증가하고 1분기 신설법인 수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양적 측면의 성장은 도드라졌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투자자금 회수, 재투자 환경이 척박한 탓이다.

◆투자규모·신설법인수 늘어 '마중물' 역할=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 이른바 5·15 벤처대책의 골자는 그간 업계의 큰 애로였던 자금조달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었다. 자금이 투입될 수 있게끔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50% 확대하고 전문엔젤이 투자한 업체가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등이다.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자금 조달이 늘었고 특히 엔젤투자부문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문호를 넓히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벤처 신규투자 변화 추이

벤처 신규투자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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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 수치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벤처투자규모는 1조38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가량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1분기 벤처투자실적은 26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의 신장세를 보였다. 작년 말 등록엔젤은 4481명으로 전년(2239명) 대비 2배로 급증했다.
신설법인 수도 증가세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1분기 신설법인 수(2만761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분기 기준 최초로 2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3월 기준 7195개로 벤처창업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해 3월의 6354개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신설법인 월간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래 최고치다.

◆벤처기업 수출은 오히려 줄어= 국내 벤처가 양적으로 성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질적으로는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동훈 벤치소프트 대표는 "정부가 벤처창업을 위해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지만 벤처 1, 2세대 시절과 비교하면 새로운 시장을 여는 창업보다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팔아먹는 식의 껍데기 창업이 많다"고 꼬집었다. 한 벤처업계 대표는 "투자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민간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IT(정보기술) 중심으로만 몰려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창업자금 규모가 커졌지만, 기술 중심의 벤처가 아닌 커피숍 단순 자영업에까지 구색만 갖춰 끼워 맞추기성으로 지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벤처업계의 수출도 뒷걸음치고 있다. 작년 국내 벤처업계 수출액은 152억4700만달러로 전년(177억700만달러) 대비 13.9% 감소했다. 2000년 이래 벤처업계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12.4%)에 이어 두 번째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작년 사상 최고 액수를 달성한 것과 대비된다.

부처 관계자는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벤처기업이 늘었다"며 "해외에 진출해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시장점유율이 1%도 안 되는 곳이 10곳 중 7곳"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금 회수와 재투자환경도 여전히 척박하다. 우선 회수수단이 마땅치 않다. 코스닥 시장은 물론, 중소기업의 창업초기 자금조달과 회수를 위해 만들어진 코넥스 시장도 사실상 그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M&A 규제가 일부 개선됐지만 미진하다"며 "창업자 연대보증 문제 등은 당시 전향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작년 대책에 포함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도입 등 몇몇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완책 마련 나선 정부= 정부는 조만간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작년 벤처대책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차원으로 자생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이달 내 현장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한 후속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은 지난 3~4월부터 각각 벤처창업대책에 대한 개별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보완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제조업 중심인 벤처를 서비스, 문화업종에서도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일례로 벤처기업의 범위 내 관광산업 등도 포함된다. 코넥스 시장이 사실상 그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에 대한 검토도 나선다.

그러나 세제지원 등 정부의 대책이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는 있지만 벤처생태계의 핵심인 민간의 모험투자와 도전적 창업정신은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작년 5월 이후 정부의 벤처관련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제2 벤처붐을 조성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재정 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창업한 농업기술 전문업체 윤태유 비오디브 대표는 "창업벤처기업에 기회가 많아졌다"며 "최근에도 시중은행에서 기술담보대출을 받아 1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유형의 담보 없이 기술만으로 회사를 꾸려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여성벤처협회장은 "정부는 벤처 생태계를 통해 창업을 하라고 하지만, 2000년대에는 IT라는 신시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이 없다"며 "벤처창업생태계 만큼이나 새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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