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동네 축구는 프로축구의 세계와 거리가 멀기는 하다.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남미축구건,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유럽축구건 선수들은 조직적인 팀워크로 상대팀을 압박한다. 물론 동네 축구가 항상 열등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만일 양 팀 선수들의 기량이 동등하다면 상대편 골문 근처에 골키퍼를 뺀 10명이 포진해 수비수와 육탄전을 벌일 경우 100%의 확률로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수비수가 공을 걷어내 우리 진영으로 공이 날아온다면 역시 거의 100%의 확률로 골을 먹게 되어 있다. 골키퍼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곳에 상대편 공격수 서너 명이 달려온다고 생각해 보라. 이처럼 동네 축구는 단기적 응집성은 강하지만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약하다.
그러나 이런 응집력의 이면에는 동네 축구와 같은 치명적인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 공이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것과 같이, 상황이 급변하면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의 비극도 마찬가지였다.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의 목숨이 일분일초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해상 재난 전문가도, 변변한 장비도 없었다.
재난 전문가는 평시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사람이다. 평상시에 이들에게 투입되는 비용은 말 그대로 '예산 낭비'로 감사원에서 지적받기 딱 좋다. 그러나 1년에 한 번, 아니 10년에 한 번이라도 재난이 발생하면 이들은 능력을 발휘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번역 전문가도 없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미국 소설의 전문번역가이기도 하다.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제롬 데이비스 샐린저의 소설 '프래니와 주이'를 번역하고 있다고 밝혀 독자들을 놀라게 하기기도 했다. 한국의 유명 작가가 번역이나 하고 있다면 비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이제 한국은 동네 축구에서 조직 축구로 진화해야 할 때다. 필요할 곳에 필요한 인재가 존재하는 사회, 필요하다고 예측되는 곳에 인재가 준비되고 있는 사회, 이런 전문가들의 결합체로서의 한국 사회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전문가가 없다고 언제까지 한탄할 것인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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