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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복지 사각지대…언제까지 땜질로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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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만삭인 A씨(37)는 다음 달 해산할 곳이 없다. 이혼녀인 A씨가 임신을 하자 회사에서 해고 조치됐고, 재혼을 약속한 남자는 임신 사실을 듣자 연락을 끊었다. 오는 26일이면 월세 계약기간이 끝나 방도 빼줘야 한다. 월세 보증금은 빌려준 지인에게 자동 입금된다. 이미 한 번의 결혼생활에 실패한 A씨는 친정 식구들에게마저 외면당했다. 정부의 복지정책에 기대를 했지만 결혼 경력 탓에 미혼모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정부의 송파 세모녀 사건 종합대책을 쓴 뒤 기자에게 온 이메일 사연이다. '돌싱녀'인 A씨는 임신으로 직장에서 해고돼 생활고를 겪고 있지만 결혼 경력 때문에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한부모가족지원법' 19조에 따르면, 미혼모 시설 입소 대상자는 미혼, 즉 '결혼하지 않은 여성'으로 정의됐다. 결혼 경력이 있으면 미혼이 아닌 만큼 입소가 불가능하다. 폭력 남편에 시달리다 도망친 임신부도 미혼모 시설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이들은 출산을 해야 모자(母子) 가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복지 사각지대'인 셈이다. 미혼모나 '임신한 돌싱녀' 모두 배가 불러오면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남편의 부양을 받을 수 없기도 매한가지다. 미혼 여성만 입소 가능한 현행법이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이유다. 여성가족부는 "법에선 제한하고 있지만 이혼녀도 입소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냈다"면서 "내부적으로 이혼녀 입소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허술한 제도를 인정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세모녀' 종합대책에는 복지공무원 6000명을 뽑아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을 찾아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세모녀 사건의 근본 원인인 '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은 아예 빠져 있다. 사각 지대를 양산하는 각종 제도는 그대로 둔 채 빈곤층을 찾을 '인력'만 더 충원하겠다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세월호 침몰 이후 한달간 우리는 치를 떨었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막기 급급한 '땜질식 대책'이 아닌 복지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막을 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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