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소년체전,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매달 발행하는 ‘더 베이스볼’ 기사 취재를 위해 최근 서울 시내 중학 야구의 명문인 청량중학교를 방문했다. 요즘은 야구 ‘광팬’이어도 유명 선수의 출신 중학교는 잘 모른다. 그러나 야구 올드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들의 출신교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작고한 최동원은 부산 구덕초등학교~경남중~경남고~연세대, 선동열은 송정동초등학교~무등중학교~광주일고~고려대학교, 이종범은 광주 서림초등학교~충장중~광주일고~건국대 하는 식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 특히 2000년대 이후 신문과 방송에 이어 인터넷까지 모든 미디어가 프로야구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아예 관심의 대상이 아니고, 아주 뛰어난 선수가 아니면 출신 고등학교도 모르는 경우가 일반적인 일이 됐다.
여기서 퀴즈 하나. 지난해 도루왕 김종호(NC), 2010년 이후 한화의 주력 타자로 자리를 잡은 최진행, 지난해 12승(2패)으로 국내 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류제국(LG)의 공통점은? 아마도 거의 모든 야구팬이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이들은 청량중학교 동문이다.
아무튼 글쓴이는 청량중학교 교문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학교를 잘못 찾아왔나 싶었기 때문이다. 교문 앞에는 사격과 레슬링, 태권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내용의 플래카드가 줄줄이 걸려 있었다. 학교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야구가 4월 11일 끝난 제4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서울시 예선에서 우승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있었다. 청량중학교 4개부 종목 선수들은 세종자치시를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 선수들과 24일부터 27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에서 기량을 겨루게 된다.
인천광역시는 올 가을 열리는 제17회 여름철 아시아경기대회에 대비해 지난해 제94회 전국체육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이번에는 전국체전에 견줘 규모는 작지만 소년체전을 아시안게임 리허설 격으로 치른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올해 소년체전에는 초등학교 4329명, 중학교 7732명 등 총 1만2061명이 출전한다. 이들 가운데 제2의 박찬숙(농구), 제2의 최윤희(수영), 제2의 전병관(역도), 제2의 박태환(수영), 제2의 기성용(축구)이 있을 수 있다.
박찬숙은 1974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제3회 대회 개막식에서 선수 선서를 했다. 숭의여중 3학년이었던 박찬숙은 그때 키가 이미 180cm에 이르고 있었다. 이 대회에서 발군의 경기력을 뽐냈고, 숭의여중은 여중부 농구 결승에서 전남 수피아여중(광주직할시 분리 이전이어서 전남 대표로 출전)을 45-30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우승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 등 이후 박찬숙이 한국 여자 농구 발전에 이바지한 내용은 농구 팬이라면 모두 기억하고 있을 터. 소녀 박찬숙이 전국소년체전에서 선수 선서를 하는 장면이 담긴 흑백사진이 어디엔가 있을 텐데.
뒷날 ‘아시아의 인어’로 불리게 되는 최윤희는 1979년 5월 충청북도에서 열린 제8회 대회 수영 초등부 배영 여자 100m와 200m에서 2관왕에 올랐다. 이에 앞서 1976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된 5회 대회 수영 초등부 배영 여자 100m와 200m에서는 최윤희의 언니 최윤정이 우승했다. 최윤정-윤희 자매는 서울 은석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다이이빙 플랫폼도 있는 동대문운동장 수영장에서 열심히 헤엄쳤다. 전국소년체전 2관왕인 최윤희는 불과 3년 뒤인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개인혼영 200m에서도 1위를 차지해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3관왕이 됐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최윤희의 발전 속도다. 전국소년체전에서 세운 기록은 100m 1분20초75, 200m 2분49초08인데 뉴델리 대회에서는 각각 1분06초39, 2분21초96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56kg급에서 한국 역도의 숙원이던 금메달을 들어 올린 전병관은 1983년 5월 전라북도에서 개최된 제12회 대회 중학부 48kg급에서 우승하며 역도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곧바로 태릉선수촌에 들어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 남자 400m 금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400m 은메달의 주인공 박태환은 2004년 전라북도에서 열린 제33회 대회 최우수선수 출신이다.
또 한 명의 전국소년체전 최우수선수 출신 스타플레이어가 있다. 선덜랜드에서 뛰는 기성용이다. 2000년 인천에서 열린 제29회 대회 축구 남자 초등부에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순천 중앙초등학교에 다니던 축구 꿈나무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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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1994년 이후 20년이 되도록 깨지지 않고 있는 육상 여자 100m 한국 최고 기록(11초49)을 갖고 있는 이영숙이 인천여중에 다닐 때 소년체전에서 뛰던 장면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타 시도에 사는 스포츠팬들에게 인천까지 가라고 하는 건 좀 무리인 듯하고, 인천 지역 스포츠팬들만이라도 미래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미리 만나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니 한번쯤 경기장에 발걸음을 해 보기를 권유한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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