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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안산 가득메운 촛불 "너희들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길"

최종수정 2014.05.11 01:48 기사입력 2014.05.1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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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안산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2만여명(경찰추산 7000명)의 시민들.

▲10일 오후 안산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2만여명(경찰추산 7000명)의 시민들.


[안산(경기)=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던 안산에서 10일 사고 이후 가장 큰 촛불집회가 열렸다.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이하 안산시민사회연대)는 10일 오후 6시께 안산 문화광장에서 '끝까지 밝혀줄게, 국민촛불 켜기'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엔 전국 각지에서 시민 2만여명(경찰 추산 7000여명)이 모여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무능한 정부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눈물, 또 눈물…"너희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게"

이번 촛불집회는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돼 문화공연과 발언이 이어졌다. 살풀이 굿과 노래공연에 이어 전날 안산지역 24개 고교생들의 촛불집회를 주도한 안산시 고교회장단연합 학생들이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이들은 "평소에 학교에 있으면서 '가만히 있는 게 도와 주는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잊혀지는 게 슬퍼서 잊지 말자고 외치기 위해 (집회를) 기획했다"면서 "천안함, 삼풍백화점 참사를 보면 사고는 쉽게 잊혀진다. 순수하게 준비한 만큼 여러분도 절대 잊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 당시 희생된 학생들의 마지막을 담은 동영상과 가수 지망생이었던 이보미(17·여)양이 생전 '거위의 꿈'을 부르는 영상이 나오자 장내는 일순 눈물바다가 됐다.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닦아내는 중년 남성부터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여학생들까지 다양한 모습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4반 김동혁(17)군의 어머니가 먼저 떠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는 여기로 오기까지 저는 용기 없고 비겁한 엄마였다"면서 "그러나 아들이 마지막으로 보낸 동영상에서 엄마, '아빠 사랑해. 내 동생 어떡하지?'라고 했던 것처럼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 하고 싶어 이 자리에 올라왔다"면서 편지를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슬픔을 감당하지 못한 김군의 어머니가 낭독을 마치고 내려가면서 오열하자 또 다시 장내는 숙연해졌다.

▲10일 오후 안산 촛불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

▲10일 오후 안산 촛불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


◆터져 나오는 분노…"아이들을 살려내라, 대통령이 책임져라"

사고 수습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당국에게는 비난이 쏟아졌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세계 8위 무역규모라는 대한민국에서 실종자를 단 1명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냐"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 참사에 책임이 있는 자는 그 누구도 진상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존학생의 아버지인 장동원씨도 "16일 오전 진도에 도착할 무렵 딸에게 탈출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도착했더니 정작 아이의 명단이 없었다. 이 쪽 저 쪽 확인해 봐도 누구하나 얘기를 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사고 초기 혼선을 거듭한 정부를 비판했다.

▲10일 오후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진행된 행진.

▲10일 오후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진행된 행진.


이날 오후 8시10분께 문화제가 마무리 된 이후 진행된 행진에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았다. 시민들은 '아이들을 살려내라', '박근혜는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안산 중앙역까지 평화적인 행진을 진행했다. 안산시내 대표적 번화가인 중앙역 근처에선 지나가던 시민들도 멈춰 서서 촛불 행진을 지켜보거나 동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촛불 참여를 위해 전주에서 왔다는 김효정(37·여)씨도 "사고 초기부터 정부가 무능력·부패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밑바닥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가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면 누가 대신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눈물과 분노의 촛불, 더 확산되나

이날 안산시민사회연대 측은 ▲조속한 실종자 수습 ▲생존자·피해자 가족을 위한 특별법 제정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구성 ▲학계, 전문가, 변호사, 피해자 가족들이 참여하는 국민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의 요구안과 향후 방침을 밝혔다.

장옥주 안산시민사회연대 집행위원장 역시 이날 9시20분께 안산 중앙역에서 진행된 정리집회에서 "13일 전국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할 것이며, 17일에는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한다"며 "이를 통해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나타나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범국민대책위원회·국민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을 예고함에 따라 촛불집회 등도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편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추모행사는 전국 각지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께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수도권 지역 중·고교생들이 '청소년 추모의 날'을 열었고, 오후 6시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도 6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밖에도 대전, 제주,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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