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은 이런 관피아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 속에는 '해피아(해수부 마피아)'가 있었다. 안전운항 지도ㆍ감독권을 맡은 해운조합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일부분이었다. 이외에도 해운조합ㆍ한국선급 같은 해수부 산하기관 11곳이 여기에 해당됐다.
한 방산기업 임원은 "여기까지는 눈감아 줄만 하다"며 "일부 기업의 요직은 각 군 본부에서 추천한 인물을 앉히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 임원은 또 현역시절 방산기업과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사업을 밀어주는 대가로 제대 후 취업을 요구하는 경우, 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방산기업에 지체상금 등 벌금을 물리고 제대 후 로펌에 취업해 지체상금을 풀어주는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 방산기업 계열사로 편법 취업을 하는 경우 등 군피아의 횡포를 나열했다. 이런 횡포로 인해 명품무기의 결함, 무기부품의 시험성적 조작 등 잇단 사고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했다.
취재 중에 방산기업에 취업한 한 예비역은 기자에게 항의전화를 했다. 이 예비역은 "군 생활 20년이상을 했다면 방산수출의 전문가나 다름없다"면서 "기업공채 출신보다 실력은 물론 리더십 등 자질도 우수해 지난해 방산수출의 30억달러 달성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고 자화자찬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K11복합소총, K2전차 등 10대 명품무기가 잇따라 결함이 발생했을 때 군피아들이 나서서 다른 기관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는 하지 않았는지, 시험성적 조작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간역할을 군피아들이 하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관기관에 퇴직 공직자들이 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할 것"이라는 강도 높은 주문을 왜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한국국방연구원 등 기관장들이 새로 뽑힌다. 국방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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