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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사랑은 '호르몬 작용'일 뿐이다?

최종수정 2014.04.23 11:15 기사입력 2014.04.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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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우 과학과사람들 대표

원종우 과학과사람들 대표

사랑은 과학으로 분석될 수 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사랑은 감정이고 감정은 뇌의 활동이라는 점에서 사랑도 분명 자연과학적 접근의 대상이다. 실제로 사랑에는 많은 호르몬들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일단 좋아하는 상대를 접했을 때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두근거림을 이끌어낸다. 이때의 아드레날린은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번지점프를 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과 화학적으로 완전히 동일해서 실제로 불안감을 사랑의 감정으로 오인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도파민은 뇌의 전엽부에서 분비되는 강력한 자연 마약으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도파민은 코카인 등 마약류를 통해서도 활성화된다. 페닐에틸아민은 이른바 '콩깍지 호르몬'인데 역시 마약의 일종인 암페타민 성분이다. 이 호르몬이 나오면 이성이 마비되고 열정과 행복감으로 가득 찬다. 상대의 단점도 장점으로 보이게 하는 묘약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내성이 생겨서 효과는 길어야 3년이다.

서로 사랑을 나눌 때는 당연히 호르몬이 관여한다. 이때 중요한 호르몬은 엔돌핀인데 모르핀보다 진통효과가 200배나 강한 뇌 내 마약으로 아편과 비슷한 성분이다. 그리고 극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 그 순간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엔돌핀이 쾌감을 준다면 옥시토신은 극치의 만족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사랑을 하는 데 있어 정서적 친밀감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옥시토신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열정적인 사랑은 생물학적으로 보면 일종의 약물중독 상태라고 부를 수 있다. 상대를 생각하거나 얼굴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스킨십을 할 때 흥분과 쾌감 호르몬들이 상시적으로 분출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호르몬들의 폭격 아래 놓여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중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랑의 중독도 결국은 내성이 생겨 효과가 조금씩 약해지는데 그 기간은 대략 18~30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단지 이런 생물학적 요인들만으로는 전부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이 갖는 사랑의 감정이나 성적인 호감은 수태만을 향한 직접적인 과정인 동물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발정기가 따로 없고 암컷의 배란기와 상관없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네발 동물이다. 또 다른 동물에 비해 수컷이 암컷과 자식을 돌보는 비중도 매우 높다. 이것은 인간이 사랑의 감정이나 행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이 일반적인 생물학적 범주에 구속돼 있지 않은 문명적이고 사회적인 행위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고차원적 사랑을 나누는 유일한 생명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의미의 동물이다. 비록 그 바탕에 호르몬의 작용과 진화 속에서 유전자에 각인된 무의식적 행위들이 깔려 있지만 이를 통해 발현된 사랑의 언어와 복잡한 행동들, 그리고 그것에 담는 생의 의미들은 인류의 문명 자체와 총체적으로 결합돼 있어서 가볍게 분석되고 계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지개의 빛깔이 왜 만들어지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그 아름다움의 느낌 자체를 과학이 실험하거나 검증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듯이 말이다.

'호르몬의 화학적 해석'이라는 과학적 지식에서 시작한 인간의 사랑은 '사랑은 진화' '사랑은 삶'이란 과정을 거치면서 총체적 의미를 만들어간다. 사랑을 하게 되면 호르몬과 진화적 측면이 분명 작용하는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사랑을 과학적으로 본다면 사랑의 초기 단계만을 분석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결국에는 삶 속에서 사랑이 완성돼 가는 '자신들만의 멋진 사랑'이 되는 시스템이다. 인간의 사랑은 그래서 과학적 지식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사랑을 하나의 도식으로 나타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종우 과학과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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