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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읽다]먹먹한 세월호 재난방송

최종수정 2014.04.22 14:25 기사입력 2014.04.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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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지침조차 지켜지지 않은 재난방송

▲세월호 실종자들이 세상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시민들.

▲세월호 실종자들이 세상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시민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가슴이 먹먹해 견딜 수가 없다."

세월호 침몰 방송을 지켜보는 국민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무슨 생각으로 재난방송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울부짖고 있는 실종자 가족에게 카메라 들이대고, 막 구조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인터뷰 내보내고, 했던 것 또 내보내고, 반복해서 또 보도하고···재난 방송이 도대체 뭐냐?"

가슴이 먹먹함을 호소하는 국민들은 세월호 재난방송을 지켜보면서 또한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내뱉는다. 수 백 명의 어린 생명이 타고 있는 배가 가라앉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이 비참하고 견딜 수 없는 대한민국. 재난방송을 보면서 국민들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침몰은 한 마디로 '총체적 인재'가 만든 비극이었다. 안전 점검에 대한 매뉴얼은 없었다. 재난대응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매뉴얼도 없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아이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었다. 누구 하나 제대로 대응하는 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재난방송에 대한 지침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대한 매뉴얼은 없었다. 우르르 몰려가 임기응변식 취재에 나서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오죽했으면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 현지에 마련돼 있는 기자실을 찾아가 "도대체 우리나라 언론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며 목소리를 높였을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규정된 재난방송의 내용은 가장 기본적인 것만 꼽고 있다. 이 규정을 보면 재난방송은 "재난 등에 따른 피해통계, 사상·실종자 명단 또는 복구상황 등의 정보는 재난 등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의 장의 발표내용을 반영해야 하며 사업자가 직접 취재해 방송하는 때에는 불명확한 정보를 사실인 것으로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내놓은 '엉터리 통계'는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금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아직까지 세월호에 정확히 몇 명이 탔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조차 없는 상황이니 말해 뭐 할까 싶다. 초기 책임 있는 기관들의 '고등학생 전원 구출'이라는 엉터리 정보가 나오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이런 정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과 언론은 여러 채널의 입체적 확인 작업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받아쓰기'만 반복해 오보를 키웠다.

MBN이 잠수부라며 인터뷰를 한 민간 여성 인터뷰는 적나라한 우리의 재난방송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여성은 확인되지 않은 인터뷰를 진행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사실 확인보다는 자극적이고 선정적 내용이 앞서는 우리나라 재난방송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사전에 인터뷰 대상에 대한 확인 작업만 있었더라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방송과 언론의 무차별 취재에 있다. 제24조의3(재난방송의 내용)항을 보면 "재난방송은 피해 현장, 복구상황,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의 모습 등을 지나치게 선정적 영상·음향 또는 언어 등으로 강조함으로써 시청자, 피해자 또는 그 가족에게 불필요한 공포심 또는 불안감을 주면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피해 현장은 물론 생존자와 실종자, 그 가족들까지 사전 허락이나 양해 없이 카메라부터 들이댔다. 극도로 불안해하는 생존자와 그 가족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JTBC의 경우 막 구조돼 생존한 단원고 여학생에게 동료 남학생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렀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만 있었더라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제24조의4(피해자 등의 안정 및 인권 보호)항에는 재난방송의 기본적 지침을 언급하고 있다. 첫째 촬영 대상이 되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촬영이 있을 때는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둘째 피해자의 가족이 피해자가 부상·사망 또는 실종됐음을 인지하는 때까지 피해자 실명은 비공개로 해야 한다. 셋째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의 안정과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은 보도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가장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이런 지침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24시간 속보 체제를 가동하면서 실시간으로 재난방송을 했던 우리나라 방송. 국민들은 이번 재난방송을 보면서 '가슴 먹먹함'은 물론 우리나라 재난방송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뼈저리게 느끼기에 충분했다. 언론 스스로 이제 재난보도에 있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재난방송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적, 심리적 충격에 빠진 피해자와 그 가족에 두 번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안전에 대한 사전점검도,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없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재난방송도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안전에 대한 사전점검도,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없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재난방송도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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