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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09:10~09:40 탈출시킬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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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세월호가 대피지시를 기다리다가 때를 놓쳐 빠져나오지 못한 승객들을 태운 채 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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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교신 후 바로 "탈출 불가능한 상황"…승무원들 우왕좌왕하다 참사 키워
-세월호-VTS 교신내용 공개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유제훈 기자] 세월호가 침몰 직전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에서 침몰이 시작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공개되면서 사고 초기 선장과 승무원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참사를 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가 20일 공개한 사고 당일 진도 VTS와 세월호 간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는 교신이 시작된 후 9시10분 "(배가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보고했고 잠시 후 9시14분 VTS가 승객들이 탈출 가능한지를 묻자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의 증언과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들을 보면 9시14분께는 아직 '탈출 불가능' 판단을 내릴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생존한 단원고 학생이 이날 9시27분께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배는 이미 상당히 기울어져 있는 상태로 학생들은 책상 밑에 몸을 피하고 있거나 바닥에 엎드려 대피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 동영상을 촬영한 학생은 이후 탈출에 성공해 해경에 구조됐다. 상당한 인원이 탈출이 가능했던 상황에 승무원들이 성급하게 승객 구출 노력을 포기한 게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시간 이후에도 적잖은 승객들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승무원들이 퇴선에 대비해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려는 조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9시23분께 진도 VTS가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착용토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세월호에선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왔다. 이에 VTS는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꺼운 옷을 입도록 조치하라. 라이프링(구명대)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라. 빨리!"라고 긴박한 무전을 전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승객들은 스스로 급박한 상황임을 알아차리고 구명조끼를 찾아 헤맸다. 단원고 학생 김모(17)군도 "급박한 상황인 걸 알지 못하다가 배가 급격히 기울면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자 선생님들과 학생 일부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안전을 확인하고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면서 "승무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책상 밑이나 바닥에 엎드려 지시를 기다리는 동안 세월호는 VTS와 마지막 교신을 하고 있었다. 9시 25분께 VTS는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께서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려라"고 요구했고, 세월호는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진도 VTS는 경비정 10분이내 도착 및 1분 후 헬기 도착을 알렸다. 이후 관제센터와 교신을 끝낸 승무원은 선원들에게 대피를 지시한 후 승객들의 안전을 살피지 않은 채 선박에서 탈출했다.

선장과 승무원들이 우왕좌왕하며 구조시간을 허비하다가 승객들을 둔 채 탈출한 이후에도 승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승무원들의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생존자가 거의 나오지 않은 창문 없는 객실의 경우 바깥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승객들은 승무원이 찾아와 비상조치를 해줄 것이라 예상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고 초기 "배에 문제가 생겼으니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객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있으라"는 방송 이후 어떤 조치도 없었고 승객들은 이 지시에 따르느라 탈출 가능했던 시간을 잃고 말았다. 당시 승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했던 직원 강모(32)씨는 "상급자의 지시로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했지만 배에 물이 차 빠져나올 때까지 퇴선명령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9시33분께 진도 VTS는 "탑재된 구명벌과 구명정을 모두 투하시켜 바로 사람이 탈출하면 탈 수 있게 준비 바란다"고 세월호에 요청했으나 이때부터 교신 감도가 떨어졌고 9시37분 결국 교신이 끊겼다. 그로부터 3분 뒤 승객과 승무원 등 150∼160명이 세월호에서 뛰어내렸고 이때 이미 선체는 60도 이상 기운 상태였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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