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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탄자니아 시골마을에서 온 빗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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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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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오지 마을에 사는 이들이 보낸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하나는 지역 주민들과 문도(Mnyundo) 초등학교의 선생님들이 함께 보낸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지역의 수자원 담당공무원인 존(John) 과장의 것이다.

이들을 처음 알게 된 시점은 작년 2월이었다. 전기도 수도도 안 들어오는 음트와라(Mtwara) 지역 학생 수 300명의 초등학교에 5곘짜리 빗물 시설 2개를 설치해 준 것이 인연이 됐다. 필자가 7년 동안 베트남 등 여러 개도국에서 한 실수를 극복하고 개선한 것을 교훈 삼아 가장 최신 버전의 빗물 이용 시설을 성공적으로 설치해 줄 수 있었다.
그 비결 중의 하나는 기술적인 것 외에 그 지역의 인력과 자재를 이용해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었다. 그 결과 빗물을 이용한 훌륭한 식수 공급 시스템이 단 이틀 만에 약 500만원의 비용으로 만들어졌다. 그들은 비용을 대준 회사들의 로고를 물탱크에 붙여 놓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들은 이런 기술을 배워 자손대대로 빗물을 활용해 식수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의 주민들과 학교의 선생님들은 이렇게 편지를 썼다. "빗물 시설을 운영한 결과 수질이 깨끗해 음용수로 적합하고, 학생들이 매일 2㎞씩 물을 길어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빗물 시설을 만들어 식수를 스스로 확보하게 해준 대한민국과 한국연구재단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앞으로 한국을 친구로 생각하고 협력하며 기회가 되면 도움을 주겠다."

또 엔지니어인 존 과장은 다음과 같이 썼다. "한국의 기술이 탄자니아의 지역민과 학생들에 도움을 준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설계는 매우 간단하지만 창의적인 기술이 여러 개 들어가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 시설을 운용하면서 비용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앞으로 예산만 확보되면 스스로 다른 학교에도 만들어 줄 수 있다."
기쁜 마음에 이들에게 바로 답장을 보내 혹시 다른 학교에 빗물 시설이 필요하다면 건설 비용의 절반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올해 3개의 빗물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예산의 절반을 확보했다는 답이 다시 왔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나머지 절반의 비용만 보내주면 탄자니아인 스스로의 힘으로 상수를 확보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비용을 보내줄 차례다.

사실 생각만 잘하면 탄자니아 주민과 우리 모두가 행복한 방안을 만들 수 있다. 사회공헌을 위해 봉사나 원조를 생각하는 회사라면 이런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회사와 탄자니아 지역을 연결해 빗물 탱크 하나를 설치하는 돈을 지원한다면 지역에서는 물론 국가적으로 매우 고마워할 것이다. 회사도 물탱크 등에 붙은 로고로 브랜드를 알리고 지역 주민들과 교류를 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조금 더 확산하기 위해 '일사일통(一社一桶)' 운동에 나서면 어떨까 싶다. 한 개의 회사가 한 개의 지역 사회에 물탱크를 만들어 주고 관리해주자는 얘기다. 이것을 계기로 서로 교류하는 것은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 스스로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진정한 원조이고 이러한 원조 방식이 전 세계를 리드할 수 있을 것이다. '일사일통'은 사람의 생명을 살려주고 서로 행복해지는 새로운 개념의 한류가 될 것이다. 물 문제는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섬지방이나 침출수 문제가 발생한 지역 등 식수 문제가 심각한 곳이 많이 있다. 여기도 '일사일통'을 적용, 빗물을 이용해 식수를 해결한다면 정부 예산을 조금만 들이고도 훨씬 싸게 또 아주 빠르게 많은 사람의 물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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